매일신문

테마별 접근-입맛도 늙는다

입맛이든 밥맛이든 식욕이 줄어드는 것만큼 본인이나 가족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는 것도 없다. 집안 어른이 밥상을 앞에 두고 "예전의 맛이 아닌데", "옛날 맛만 못해"라고 탄식하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의 한 연구진이 여대생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입맛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단맛은 1.4~2.6배, 짠맛은 2~7배, 신맛은 4.3배, 쓴맛은 6.9배, 고기 맛은 2.3배 더 강해야 노인들은 여대생이 느끼는 만큼의 맛을 알았다. 혀로 음식의 맛을 느끼는 감각을 미각이라고 한다. 혀에는 미각 유두라는 것이 있는데 여기에는 미뢰라고 하는 맛봉우리가 미각을 느끼게 된다. 이 맛봉우리는 입천장, 인두, 식도 상부에도 분포되어 있다. 미각의 기본이 되는 맛은 단맛, 쓴맛, 짠맛, 신맛 등 4가지며 모든 맛감각은 이 4가지 맛의 다양한 조합에 의해 이뤄진다. 단맛은 주로 혀의 앞쪽 끝, 신맛은 혀의 양모서리, 쓴맛은 혀의 뒷부분, 짠맛은 혀 앞쪽 끝과 양모서리에서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맛을 느끼는 맛봉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퇴화되고 입맛도 변하게 되는 것이다.

◇후각도 둔해져 입맛 영향

맛을 느끼는 맛봉우리의 수는 연령에 따라 다르다. 성인의 경우 3천~1만여개이며 어린이는 수가 약간 더 많다. 그런데 45세 이후에는 맛봉우리가 퇴화되어 맛의 감각이 쇠퇴한다. 혀가 느끼는 4가지 맛중에서 짠맛과 쓴맛에 대한 감각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미각의 변화로 나이든 사람들은 더 짠 음식과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음식 맛을 느끼는데는 후각도 중요하다. 입안에 음식이 들어와 혀와 입천장에 있는 맛봉우리에 접하면서 음식의 휘발물질이 콧속으로 올라가 향기로운 맛을 느끼게 된다. 나이가 들면 후각도 둔해져 맛을 코로 느끼지 못하니 입맛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틀니·보철도 맛 저하 원인

침샘도 미각에 영향을 준다. 침은 입안에 들어온 맛을 전달하는 일을 하는데 항우울제, 이뇨제, 고혈압약, 항히스타민제 등은 침샘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그러면 침이 적게 나와 입맛을 변화시킨다. 미국의학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평균 3가지 약물을 복용하는 노인은 음식에 소금을 보통의 11배, 설탕은 3배를 더 넣어야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짜고 단맛을 감지하게 된다고 한다.

틀니나 보철을 한 경우 입안이 깨끗하지 않아 남아 있는 음식찌꺼기가 입안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미각을 변하게 하는 물질을 만든다. 잇몸에 염증이 있어도 부패된 산성물질이 쌓여 입맛을 변하게 한다.

◇금연·혀 솔질 도움

음식이 침과 잘 섞여야 미뢰를 잘 자극하고 그 만큼 맛을 잘 느끼게 된다. 담배를 피면 구강내 타액을 건조하게 만들어 미각 작용을 방해한다. 혀솔질은 노인들의 미각증가에 도움이 된다. 입안에 있는 찌꺼기를 없애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한다. 혓바닥의 혈액순환을 개선해 미뢰의 기능도 좋게 한다.

미각이 떨어지면 자극성 있는 음식을 찾게 되고, 소금과 설탕을 과다 섭취하기 쉽다. 소금과 설탕의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본인이 느끼는 것보다 덜 자극적으로 먹는 것이 좋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송달원교수(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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