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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태양절

북한에서는 요즘 주인공 없는 생일잔치가 떠들썩하게 벌어지고 있다. 사망한 김일성의 89회 생일(4월15일)인 태양절을 맞아 친선예술축전 등 각종 행사로 전국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특히 올해는 '21세기 첫 태양절'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다.

북한은 97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 3주기를 맞아 그가 태어난 1912년을 원년으로 하여 주체연호를 사용하고 생일인 4월 15일을 '태양절'로 제정했다. 이에 따라 민족최대의 명절로 찬양하던 김일성 생일을 태양절로 제정한 이후 그의 영생을 위한 축제를 다채롭게 치르고 있다.

태양절을 맞아 평양시내에는 김 주석의 생일을 알리는 플래카드 등이 등장하고, 보고대회 등 각종 행사가 이어진다. 가장 큰 행사로는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을 꼽을 수 있다. 40여개국의 각종 단체가 참석하는 이 행사는 지난 82년 김 주석의 70회 생일을 시작으로 83년만 빼고는 매년 열렸다. 특히 이 축전에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에서 활동중인 남한 가수 김연자씨가 참가, 11일 함남 함흥시에서 첫 공연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만경대상 국제마라톤경기대회를 비롯해 당·정·군 간부와 지식인·근로자·군인 등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하는 30여건의 경축행사가 태양절 전후에 치러진다.

시민들도 좋은 옷을 차려 입고 만수대언덕의 김일성 동상이나 금수산기념궁전 등을 참배한 후 평양 국제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미술전람회를 찾아 조선화, 유화, 판화, 서예 등을 감상하며, 일부 평양시민들은 만경대를 찾아 김 주석의 생가를 둘러보기도 하고 주변의 유명 음식점에서 평양냉면과 갈비국밥 등의 특식을 맛보기도 한다.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태양절을 성대히 개최하는 것은 김 주석에 대한 찬양의 의미와 함께 그의 카리스마를 빌려 김정일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나가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최재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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