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마늘 수입에 농민들 분노

중국이 자국산 마늘 수입 부진을 이유로 한국산 폴리에틸렌에 이어 휴대폰 마저 수입 중단 운운하며 압력을 가하자 전국 마늘 재배 농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한지마늘 전국 최대 산지인 의성지역 농민들은 "아무 대책없이 정부가 중국산 마늘을 무작정 수입하려 하고 있다"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분개해 했다. 신택주(42) 의성군 마늘대책 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중국산 마늘 수입 급증으로 작년에 가격이 폭락해 생산비도 못건졌고, 수확을 두어달 앞둔 현재도 값이 회복될 기미가 없는 가운데 또 왠 수입이냐" "전국 40만 마늘 농민들을 모두 죽일 참이냐"고 흥분했다.

장철수(40) 농업경영인 경북도 연합회장도 "추가 수입하려면 최저 생산비 수준인 1천850원에 농민들이 원하는 전량을 수매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농업경영인 의성군연합회 등 농업인 5단체 회원 4천여명은 13일 의성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체육대회에 앞서 한-칠레 무역협정, 중국산 마늘 수입 등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해걸 군수는 "공산품 수출도 중요하지만 농민들의 생활 터전도 보호돼야 한다"며, "휴대폰 수출 회사들이 지역의 마늘을 전량 수매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정창화 원내총무도 "정부가 농민 피해를 막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업 관계자들은 중국 요구 대로 마늘을 들여 올 경우 올해 수입분이 사상 최대인 5만t에 이르러, 현재 국내 재고분 1만4천t까지 풀릴 경우 값 폭락은 불보듯 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농림부 권은오 채소특작과장은 "아직은 추가 수입에 대해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무역 관련 부처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외교통상부 아태통상과 유준상 사무관은 "협상안을 마련해야 중국과 본격적인 협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정부는 14일 오전 외교통상부.농림부.산자부 등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으나, "일단 중국 측 요구를 수용한 뒤 추후 재조정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13일 산자부 차관을 만난 폴리에틸렌 및 휴대폰 수출업체 대표들은 "마늘 수입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고 거부했으며, 농림부는 "최소시장 접근(MMA) 물량 1만2천t을 농안기금으로 수입해 더 이상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정부는 중국측 요구를 받아 들이는 방안이나 연구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작년 같은 농민 집단행동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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