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산별노조'의 등장에 따른 교섭형태의 변화다. 최근 몇년 사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산별노조. 노동계는 올 해를 산업별교섭의 토대를 닦는 한 해로 만든다는 각오다.
하지만 노동계의 요구대로 '산업별 교섭'이 뿌리를 내리는 데는 적지 않은 걸림돌이 도사려 있다. 기존 기업별 교섭에 익숙해져있는 사용자단체들이 노동계의 요구에 상당한 거부감을 보이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이같은 걸림돌을 어떻게 넘을지, 사용자단체는 노동계의 거센 요구를 어떤 방법으로 대처해 나갈지, 올 봄 '임단협'의 관심은 여기에 쏠리고 있다.
◇진행상황
민주노총쪽에서는 보건의료노조, 금속노조, 전교조, 대학노조 등에 이어 택시산별노조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노총 역시 금융노조, 택시노조에 이어 화학.금속.섬유 등 제조업 부문 연맹들이 올 해 임단협 공동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 산별교섭의 제도화를 위해 '산별교섭쟁취투쟁위원회'를 구성, 지난 10일 첫 회의를 열었고 한국노총도 산별노조의 교섭을 사실상 지원하고 있는 상태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금속노조 대구지부가 지난 달 29일 창립대의원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금속노조 대구지부는 대동공업.한국게이츠.상신브레이크.영남금속.IPC.굿맨손공사 등 6개 지회 1천100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됐으며 오는 9월쯤 5개 지회 1천700여명의 조합원이 추가로 가입할 예정이다.
이밖에 지난 달 14일 금속노조 구미지부(4개지회, 3천300여명)가, 지난 2월에는 금속노조 포항지부(8개지회, 1천700여명)가 잇따라 출범했으며 금속노조 경주지부도 설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현재 사무금융노조와 섬유화학, 공공부문 노조가 산별체제로 갈 준비를 하고 있으며 연내 출범 가능성이 크다.
한편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노사 임금교섭에서 업종별 공동교섭을 진행한 사업장이 99년보다 2배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 금융산업노조 등 산별노조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는 지표다.
◇노동계의 입장
노동계는 올 해를 과도협상단계로 보고 사용자를 산별교섭 테이블로 끌어내는데 일단 주력할 방침이다. 지부별 또는 지회별로 교섭을 벌인다는 것.
산별노조의 교섭 상대가 되어야 할 사용자 단체가 마땅치 않은 데다 기존 기업별 교섭에 익숙해져 있는 사용자와의 마찰을 가급적 줄여보자는 의도다. '낮은 단계'의 산별교섭부터 도입하자는 의미.
금속노조 대구지부의 경우, 지난 11일 소속 지회 6개 사업장을 순회하며 개별 사용자에게 교섭요구안을 통보했다. 완전한 형태의 산별교섭은 사용자단체와 산별노조의 교섭이 되어야하지만 사용자단체가 결성되지 않은 탓에 현재로서는 개별 기업 사용자와 산별노조의 교섭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금속노조 대구지부는 이와 관련, 오는 16일부터 하루씩 날짜를 정해 소속된 6개의 사업장을 돌며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노동계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속노조 대구지부의 예만 보더라도 6개 개별기업의 조건이 모두 같을 수만은 없어 협상의 진전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권택흥 교육선전부장은 "개별 사업장 여건에 따라 협상타결 순서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1개 사업장이라도 단체행동에 들어가야할 상황이 오면 6개 사업장 모두 동조 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사용자 입장
산별교섭에 대한 사용자단체의 반응은 글자 그대로 냉담하다. 기업별 교섭관행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경총은 지난 달 초 2001년 단체협약 체결 지침을 전국 3천여개 사업장에 배포하면서 노동단체의 공동교섭이나 산업별 교섭요구에 응하지 말 것을 제안한 상태다. 경총은 또 최근 '인사노무지원단'을 설립, 해당 기업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노동계의 공동요구에 맞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지역 한 업체 대표는 "개별 사업장마다 경영여건, 노사관계 등이 판이한 상황에서 상급노동단체가 단일협상안을 마련, 사용자단체 또는 개별 사용자와 임단협을 벌이겠다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여건에는 맞지 않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각 사업장의 경영여건을 노동계가 이해하고 급작스런 변화요구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촤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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