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가 충돌한 결과 미국과 중국간에 세력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양국은 공동이익을 위해서 일단 승무원의 송환에 대해서는 타협을 이루었으나 정찰기 반환에 관해서는 아직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차제에 우리는 이처럼 악화되고 있는 미.중 관계가 한반도의 장래에 미칠 함의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21세기의 신흥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현재 세계의 유일한 초강국인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이 여파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아.태지역의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바람직한 것은 미.중관계가 대결을 지양하고 다시 호혜적인 방향으로 개선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중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지하고 핵 및 미사일 위협을 제거하는데 미국 및 한국과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을 것이다. 4월 1일 중국의 전투기(F-8)는 남지나해의 공해상에서 감시활동을 하고 있었던 미국정찰기(EP-3)와 공중충돌을 일으켰다. 이 결과 중국의 조종사는 실종됐고, 파손된 미 정찰기는 하이난 섬에 불시착했다. 중국 당국은 미 승무원 24명을 억류했고, 전투기 격추와 조종사 사망 그리고 영토침범에 대해 미국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은 4월 11일 조종사의 사망과 긴급착륙에 대해서만 '대단히 미안하다'는 서신을 보내 승무원들만 돌려받았다. 양국은 4월 18일부터 정찰기 반환과 사고원인에 대해 협상하기로 합의했으나 책임 소재에 대한 갈등은 계속될 것이 예상된다당시 미국 정찰기는 대만의 방위에 필요한 군사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중국 근해에서 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군부는 이를 제지하기 위해 전투기들을 보내 근접비행을 하게 했다. 중국은 미정찰기가 중국전투기를 들이받아 격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중국전투기가 느린 속도로 비행하고 있던 정찰기에 지나치게 근접했기 때문에 사고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미 정찰기가 중국 당국의 허락도 없이 하이난 섬의 군사기지에 착륙한 것은 주권침해이므로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조난에 처한 항공기의 긴급착륙을 누차 호소했으나 아무 반응이 없자 부득이 착륙하고 말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미국은 약 1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정찰기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최첨단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서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중국내에서는 반미 민족주의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인도주의적 고려'에서 중국은 미 정찰기 승무원들을 돌려보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것이 미.중 관계를 해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작년에 미국과 1천160억 달러 규모의 교역으로 막대한 흑자를 보았다. 더욱이 부시행정부는 이달내 대만에 첨단무기들을 판매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중국은 2008년에 올림픽을 베이징에 유치하기 위해서 국제적 지지를 총동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과 더 이상 감정싸움을 한다는 것은 자국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미.중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은 전투기와 조종사의 실종에 대한 책임과 중국 근해에서의 정찰비행 중단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정찰비행을 계속할 것을 다짐하고 있고, 파손된 정찰기의 반환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렇게 가열되고 있는 미.중간의 전략적 경쟁의 여파는 한반도에도 파급될 것이다. 이번 사건을 목격하고 있는 우리에게 미.중간 갈등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을 연상케 한다. 실로 강력한 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 처한 한반도가 다시 강대국들간의 세력다툼에 말려든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우리는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안보와 장래를 위해 정쟁을 지양하고, 거국적으로 결속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연세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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