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사위원이 본 대구 연극제

"유희성 가미로 관객 볼거리 제공이란 측면에선 성공했지만 작품 완성도는 크게 떨어졌다".

17일 시상식을 끝으로 막내린 제 18회 대구연극제에 대한 심사위원 총평이다.

관심의 초점인 대상은 극단 '연인무대'의 '돼지사냥'(한전기 연출)이 차지했지만 총평에서 보이듯 심사위원들이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고민의 연속. 대상작이 오는 5월 전국연극제 대구 대표로 나간다는 점은 물론 대구 연극 발전 차원에서 시상에서의 '조화'의 묘도 기해야 했다.

4개 극단이 한 작품씩 지난 8일 부터 16일까지 이틀에 걸쳐 세번씩 상연한 이번 연극제의 심사위원들(홍문종 전연극협회장, 김재석 경북대 교수, 여세주 경주대 교수, 김태수 경의대 교수, 이상원 대구과학대 교수)은 16일 밤 한 식당에서 9시부터 심사에 착수,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끝마칠 수 있었다. 언론에 심사과정을 보이는 공개심사로 진행됐다.

홍 전 협회장이 위원장이 돼 각 위원마다 돌아가며 4개 작품을 평가한 뒤 2개 작품을 고르고 이중 종다수로 대상을 결정하는 방식.

일단 극단 '원각사'의 '어머니'가 작품완성도에서 가장 높게 평가됐다. 그러나 모작(模作)여부가 논란거리. 이미 지난 14일 인터넷을 통해 익명으로 '무대장치와 의상 등이 과거에 연극된 것과 똑같다'는 내용이 대구시청 게시판 등에 올라오기도 했다.

"영혼을 판 것"이라는 매질과 "모작을 인정하더라도 그만큼 완성도에 이른 작품이 없다"는 한계론이 맞섰다.

그러나 "창작의욕을 북돋아 지역 연극발전에 기여한다는 대구연극제 취지에도 부합치 않는데다 향후 모작 시비의 재발을 아예 막아야 한다"는데 의견일치가 되면서 탈락.

정작 고민은 이제부터. 남은 '여명'의 '문제적 인간, 연산', 예전의 '은빛테러', '돼지사냥' 등이 대상을 주기엔 마뜩찮은 작품들이었기 때문. '여명'의 작품은 그 가능성에선 평가됐지만 의상도 못 챙겨 신하들이 양복을 입고 나왔고 배우들이 대사를 놓치는 등 부실 준비가 감점. '예전' 것은 창작 희곡에다 초연이란 점을 일부 평가했지만 연극성 부족이란 것이 한목소리였다.

결국 '연인무대'의 돼지사냥은 대사전달력과 산만한 주제의식 등이 입모은 문제점이었지만 대안이 없는데다 무대에 자주 오르지 않은 작품이란 점에다 '상당한' 수정.보완을 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면서 최종 낙점에 이르렀다. 이젠부터 일사천리. 연출상은 같은 맥락에서 '돼지사냥'에게 돌아갔고 무대예술상은 '문제적 인간, 연산'의 최정주씨가 결정됐다.

또 다른 한 고비인 남.여 연기상. 그러나 이번 연극제에서 남자 주연으로서 눈에 띄는 이가 없다는 데 의견이 좁혀져 '은빛테러'에서 셋째 며느리로 나온 이경희씨와, '어머니'에서 젊은 어머니 역을 맡은 허세정씨 등 여배우 2명이 차지했다.

한편 대상을 받은 '연인무대' 한전기 대표 및 연출자는 "심사위원들의 지적사항을 겸허히 수렴, 극 완성도를 크게 높여 전국연극제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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