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퇴계 탄신 500주년이 되는 해다. 오는 10월부터 거국적인 행사가 다양하게 벌어질 예정이다. 차제에 청량산 입구에 세워진 퇴계선생의 가비(歌碑)문제를 한번 짚고 넘어가려 한다.
◈주세붕 선생 시조
이 가비에 새겨진 시조작품은 분명히 퇴계의 소작(所作)이 아니다. 실제 작자는 주세붕 선생으로 비정(批正)되어 있다. 퇴계보다 먼저 주세붕이 청량산을 정화하면서 육륙봉(六六峰)이라고 명명한후 '유청량산록(遊淸凉山錄)'을 지었고, 그 발문을 퇴계선생이 썼다. 여러모로 퇴계의 소작이 아닌 것을 세워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노산 이은상은 '자연론'에서 이 시조는 폐쇄적이어서 율곡의 '고산구곡'만 못하다고 했다.
필자는 이 시조가 퇴계 작품이 아니라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지금까지 퇴계작으로 알려진 7편의 가사(歌辭)만 하더라도 한 편도 퇴계의 소작은 없었다. 가장 논란이 많이 되었던 '환산별곡'도 이락(李洛·1634-1678)의 것으로 밝혀졌다.
◈'만고상청'이 적합
청량산에 퇴계가비를 다시 세운다면 '도산십이곡' 중 후오곡(後五曲)으로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그치지 아니난고/우리도 그치지마라 만고상청 하리라' 라고 노래한 '만고상청(萬古常靑)'이 더 적합하다. 퇴계가 자연을 친애하여 청량산에 '오산당(吾山堂)' 현판을 걸고 독서할 때 성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표출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퇴계의 시가는 퇴계의 학문과 무관하지 않다. 퇴계의 사상을 '경(敬)'철학 또는 학문이라 하는데 퇴계는 시의 서정을 온유돈후(溫柔敦厚)의 방향으로 이끌어갔다. 그런데 청량산 가비처럼 "아난이 나와 백구야 헌사말아"라는 표현은 가당하지 않다. '청량산가'와 '만고상청가' 두 작품을 비교하면 어느 것이 퇴계의 시가가 맞는지 자명해진다. 청량산 가비는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 퇴계 500주년을 맞아 많은 관광객들에게 참다운 심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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