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모범이 돼야 할 교육계라도 "선거에서는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욕심은 어쩌지 못하는 모양이다. 편가르기, 줄대기, 헐뜯기, 매수하기 등 싸구려 선거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온갖 행위들이 대구 교육감 선거전에 동원되고 있다.
선거일이 아직 두달 가까이 남았지만 투표권자인 학교운영위원(이하 학운위원) 4천500여명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가늠하기 힘든 상황.
◇선거 구도=현재 교육감 출마 의사를 밝힌 사람은 13명 정도. 크게 초등, 중등, 기타 출신 등 3개 군으로 나뉜다.
초등 출신은 당초 교육장 출신 김모씨 등이 후보로 점쳐졌으나, 현재는 모 교육위원으로모아진 양상. 반면 중등 출신은 복잡하게 얽혔다. 현직 교장, 전.현직 교육장 등 교육계 관료 출신들이 경력.평판을 업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전교조와 시민단체가 범시민 단일 후보로 전교조 소속 교사 및 모 교육위원을 두고 협의 중이다. 이밖에 사립학교를 대표해 나선 후보, 개인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힌 몇 후보들이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예상되는 선거전=지금까지는 대다수 후보들이 큰 흐름을 잡기 위해 주력했다. 각 학교 교장.교감을 대상으로 주도권 경쟁을 벌인다거나, 소속 단체 및 동문들로부터 대표성을 인정받는 일 등이 그것. 또 몇몇 사람은 교사 출신 부인 및 친.인척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여교사가 많고 학부모위원 대부분이 여성이어서 '치맛바람'도 힘을 쓸 전망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5월 들면 양상은 또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인 학운위원(교사.학부모.지역위원) 공략이 시작될 전망인 것. 학운위원들은 대구 전역 학교의 교장.교사.학부모.지역유지 등 다양하다. 때문에 1대1 공략이 예상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출마 희망자들로부터 이름을 알리는 전화를 받거나, 학교장을 통해 식사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분위기가 치열해지면 금품 살포까지 뒤따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학운위원들은 어느 정도 재산과 지위를 가진 사람들. 어설프게 금품을 뿌리다간표를 잃기 십상이다. 4천500명 남짓한 투표인단이지만 10억원, 20억원 하는 선거자금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3일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모 후보 경우, 대학 동기들을 주축으로 학교별 책임자를 지정하고 선거운동을 독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방식의 선거전은 자금 살포로 이어지게 마련. 상당수 후보는 이미 가까운 교장이나 교육공무원들에게 교육장, 교육청 국장.과장 등의 자리를 귀띔, 그같은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승부의 변수=투표 당일인 오는 6월19일 유효 투표의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이틀 뒤인 21일에 1, 2위 득표자가 결선을 벌이게 된다. 지금으로선 결선투표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
이렇다 보니 현재로서는 결선투표 진출권을 따낼 수 있느냐가 출마 희망자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는 느낌도 준다. 초등 단일 후보를 자처하는 모 교육위원은 결선투표 진출을 공언하고 있다. 교육계 안팎에서 여러 차례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있는데다, 중등 출신이 교육감을 독식해 온 관행을 깨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 유리하다는 것. 그러나 자신감 넘치는 만큼 자충수를 둘 위험도 높아, 검찰에 고발되는 일 등도 그래서 나타나는 것 아니겠느냐는 이야기가 교육계에돌고 있다.
초등 강세는 중등 출신 후보들을 긴장시켜, 후보 단일화 요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중등이 단일 후보를 내면 당선을 낙관했지만, 이번에는 단일화해도 힘겨운 승부가 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중등 출마 희망자 중에선 누구 하나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단일화하지 않으면 어려운 줄 안다. 그렇지만 나로 단일화해 달라"는 것이 한결같은 얘기. 중등 단일화가 선거의 주요 변수가 될 수도 있음을 말하는 대목이다.
범시민 단일 후보도 심상 찮기는 마찬가지. 소속 교사가 4천명을 넘어선 전교조와 학부모 단체, 교육 관련 단체, 나아가 수십개 시민단체 지지까지 받을 경우 득표력이 상당하리라 분석되는 것이다. "중등이 단일 후보를 내지 못하면 잘 해야 3등"이라는 예측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범시민 단일 후보가 과연 나올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상황이다. 시민단체 지지를 업고 교육위원이 된 후보, 전교조 내부 지지로 출사표를 던진 교사 중 누구를 내세울 지 결정하기가 쉽잖기 때문. 전교조 대구지부는 이와 관련해 25일대의원 대회를 열기로 했다. 단일 후보를 낼지, 별도 출마할지가 검토될 전망이다.
◇표심의 열쇠=학운위원에 대한 후보 개개인의 직접 공략만으로는 부족, 표심에 영향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끌어 들여야 한다는 '충고'가 선거판에 나돌고 있다. 어쩌면 이런 영향권자가 선거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얘기.
우선 교장이 꼽힌다. 학교 마다 가진 11~13표 중 3표 정도는 교장이 좌우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 당연직인 교장 자신, 교사 1명, 학부모 1명 등의 표가 그것. 한 교육 관료는 "4표를 만들 수 있으면 능력 있는 교장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특별히 주목되는 사람들은 지역위원 혹은 학부모위원으로 활동하는 교육관료 및 교육행정직. 현재 국.공립 학교에서 지역위원으로 활동 중인 교육행정직만 137명이나 된다. 상당수는 평소부터 동료 학교 운영위원들로부터 신임을 얻고 있어 투표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선관위조차 이를 의식해 이들의 선거 개입 자제를 요청한 상황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아직 부동자세. 그러나 선거 막판까지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런 사사로운 선거운동 외에, 공식 소견 발표회에 기대를 거는 후보도 더러 있다. 하지만 우리 풍토에서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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