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산초교 전교생 20%가 결식아동

경산시내 중심에 위치한 경산초교. 전교생 1천600여명 중 300여명이 결식아동인 학교. "결식아동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습니다". 놀랄 사람이 어찌 김미향 영양사(31) 뿐일까?

300여명 중 131명은 교육청으로부터 급식비·우유값을 지원 받고, 33명은 후원자 성금으로 결식을 떼우고 있다. 그러고도 남은 아동이 140명. 이들에겐 우유만 무료로 나눠 주고 있다. "가정사정을 조사해 지원대상자를 선별하고 있지만 지원 받는 학생들 외에도 급식비를 못내는 학생이 늘 40명은 됩니다". 안희욱 학교 행정실장이 안타까워 했다.

3학년 짜리 남동생과 함께 급식비를 지원받는 6학년 이모양은 백천동 9평짜리 영세민 임대 아파트에서 할머니(76)의 보살핌 아래 살고 있다. 이 가족의 수입이래야 정부에서 주는 월 30여만원이 전부. 월 7~8만원의 아파트 임대료·관리비, 각종 공과금을 주고나면 3식구 끼니 떼우기도 빠듯하다.

게다가 할머니는 작년에 넘어져 뼈를 부러뜨린 후 아직도 목발 신세.

몸부림 치듯 밥을 짓긴 하지만 손자손녀 세끼 챙기기는 벅차다. "나까지 죽고 나면 누가 돌봐 줄까 싶어 밤잠을 못잡니다".

고3, 중2인 누나, 할머니(72) 등과 함께 10평 남짓한 영세민 아파트에 사는 김모(5학년)군. 아버지·어머니가 가출한 후 5년째 할머니와 살고 있다. 지금은 할머니마저 당뇨병이 심해 밥 지을 기력 조차 없다. 이들에게 지원되는 국가 돈은 월 50만원. "지난 겨울 귀가 떨어져 나갈듯한 추위에도 교통비가 없어 걸어서 등교하는 애들을 보면서 눈물을 한없이 흘려야 했다"고 했다. 김군에게 지난달까지 지원되던 저녁밥 도시락은 불교 복지재단 백천복지관의 돈 부족으로 이달 들어 끊겨 버렸다.

"경산초교 결식아동 중 상당수는 아침·저녁 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굶는 셈이지요. 특히 백천동 일대에는 끼니를 걱정하는 영세민이 많지만 자금이 달려 9명에게 밖에 저녁밥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천사회복지관 김경태 사회복지사는 눈을 감아 버렸다. 결식아동들을 더욱 난감하게 하는 것은 점심 조차 해결할 길 없는 휴일. 경산초교 300명 중 토·일·공휴일용 점심값으로 2천원짜리 농협 상품권을 받는 아동은 20명뿐이다.

경산·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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