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출입금지-남성미용실 당당히 '성업'

웬만큼 숫기있다는 남자도 약간은 머뭇거리게 마련인 미용실, 그러나 남성전용 미용실에선 남자가 당당해질 수 있다.

'여자가 출입하기에 부끄럽고 어색한 미용실'(?)이 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대구시 중구 삼덕2가 일신학원 옆 남성전용 미용실인 '김정록의 남자만들기'.

"손님께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가 봐요?".

"네, 그런 셈이죠. 그래선지 머리카락이 자꾸 빠져 고민입니다".

"샴푸를 바꿔 보시는게 어떨까요. 이왕 빠진 머리(카락)엔 미련갖지 말고 있는 머리카락을 잘 관리하는게 중요하죠".

남자미용사가 방금 염색을 끝낸 30대 초반 남자의 머리를 손질하면서 주고 받는 말이다.

이곳은 금녀(禁女)의 미용실. 수입을 생각하면 여자고객도 마다않고 환영해야 하겠지만 굳이 남자에게만 열려있다.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인 김정록(33)씨의 고집때문이다.

지난 96년 문을 연 이후 단골이 많이 생겼다. 주로 대학생, 직장인들로 20대 후반에서 40대까지. 커트 요금은 8천원. 일반 미용실보다 조금 비싸지만 커트후 머리를 감겨주고 헤어토닉(머리영양제)까지 발라주는 서비스가 있어 그렇게 비싸지만은 않다.

김정록씨는 남성전용이 아닌 '남성전문'임을 거듭 강조한다.

"단골 대부분은 여러 미용실을 다니다 찾아온 경우여서 여성들보다 더 까다롭습니다. 이발소가 점차 사라져 남자들이 머리손질할 곳이 줄어드는만큼 남성전문 미용실이 하나의 남성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거죠".

요즘 증가 추세인 남성전용 미용실 체인점의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중구 동성로의 '블루클럽'이란 남성미용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젊은 남자 고객들이 머리를 자르거나 퍼머를 하고 있는 동안 친구나 애인으로 보이는 여성들은 소파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일반 미용실에선 '주연'인 여성들이 이곳에선 '꿔다놓은 보릿자루'로 바뀐다. 일반미용실과는 정반대의 풍경이다개업 2년째인 이 미용실은 고객 연령층이 꽤 다양하다. 백일짜리 아기부터 70대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은 모두 남자라는 것. 그러나 미용사는 남녀가 섞여있다.

요금은 커트 5천원, 퍼머나 염색 1만9천원. 일반 미용실보다 많이 싼 편이다. 싼만큼 머리를 감거나 말리는 등의 뒷손질은 스스로 해야한다.

머리를 자른 뒤 혼자 머리손질을 하던 고객 박은식(30)씨는 "10년 동안 여러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는데 미용실에 갈 때마다 왠지 어색하고 불편했다"며 "오늘 처음 왔는데 가격도 싸고 무엇보다도 남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미용실의 점장 박만식(37)씨는 "처음엔 가격이 싸고 서비스가 좋아 여성 고객도 꽤 많았는데 요즘은 90% 이상이 남자들"이라며 "가까운 노인정의 할아버지들과 근처 병원의 나이 지긋한 의사선생님들도 단골이 됐다"고 자랑했다.

남성미용실은 전통적인 이발소가 하나 둘 사라지는 반면 신세대 남성들의 미용실 출입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틈새시장을 겨냥해 4, 5년전부터 생겨났다. 최근엔 체인점 형태의 남성전용 미용실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자신만의 기술을 고집하는 '독립군'들도 적지않다.

신세대들이 붐비는 시내 중심가, 대학가에서 등장한 남성전용 미용실은 최근에는 아파트단지 등 주택가로 점차 확산, 대구지역에만도 1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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