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다나카 마키코의 돌풍

고이즈미 총리의 첫 내각에서 여성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외상에 기용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57)가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단연 뉴스메이커로 화제의 중심에 오르고 있다. 그녀는 정작 파벌정치 타파와 개혁을 내세우며 선거 혁명을 일으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보다 대중적 인기는 더 높다. 그녀는 1995년 중의원 선거때 니가타(新寫)현에서 출마해 전국 최다 득표를 한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음 정치인이 됐으면 좋은 정치인 1위'에 올랐다. 현재 일본에서 라이벌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 도지사가 유일하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는 거침없는 말투와 상대를 가리지 않는 독설. 이것이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해 있던 일본 국민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제공했다. 틈만 나면 자민당의 구태의연한 체질을 비판해 개혁파의 입지를 굳혔다. 다나카 붐은 거침없는 신랄한 비판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중적 스타일에 힘입은 바 크다.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총리를 '뚱보'로 부르는 등 그녀의 독설에 일본 국민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번 선거과정에서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후보에게 "가부키(歌舞伎)의 여장 배우처럼 연약하게 보인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녀는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외동딸로 '여자 가쿠에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만큼 아버지의 정치적 분신으로 불린다. 이번 선거에서도 고이즈미의 '응원단장' 역할을 자임하며 두둑한 뱃심과 활달한 언동으로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일본 언론에서는 이와 관련 '철의 여인'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고이즈미도 그녀를 외상에 기용하면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처럼 강력한 외교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녀는 동아시아 정치무대에 여성 파워의 거센 바람을 몰고 오는 주역으로 우뚝서 있는 셈이다.

▲그녀는 당정의 외교 관련 직책을 맡은 적이 없고 한국에 대한 인식도 아직까지 별로 알려진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그녀가 27일 역사교과서 왜곡을 주도한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에 대해 "아직 이런 교과서를 만들어 사실을 왜곡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는 등 긍정적인 면모를 보여 주목된다.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분위기 속에서 그녀가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외교' 수완을 얼마나 발휘할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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