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먼저 인사합시다

매일 오전7시에 집을 나서 518번 좌석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나는, 지난 화요일에 정말 보기 드물게 친절한 운전 기사분을 만나 하루종일 유쾌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나만이 아니라 그 버스를 이용한 승객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으리라 생각한다. 실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학교 등교시간이라 승객의 대부분이 중.고등 학생이건만, 내 나이 또래의 50대 운전 기사님은 밝은 미소로 연신 허리를 굽히며, "어서 오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하고, 먼저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먼저 인사하기'는 대구광역시 교육청이 원숙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 육성을 위한 주요 덕목으로 삼아 6년째 중점 지도함으로써, 이제 학교 내에서는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착되는 단계에 와 있다. 우리는 교육 성공사례라며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타시도 교육청에서는 수범사례로 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먼저 인사하기'가 학교 안에서는 잘 이루어지다가도 학교만 벗어나면 전혀 지켜지지 않아서 큰 문제가 되어 왔는데, 오늘 새삼 생각하니 청소년들의 잘못도 있지만 우리 어른들의 무관심과 성숙되지 못한 사회 분위기가 큰 탓이라 여겨진다.

며칠 전 수성구 내환동에 있는 월드컵 경기장을 구경한 일이 있다. 아직 완공되지는 않았지만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그 웅장한 위용에 자긍심을 느끼면서, 2002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친절하고 질서를 지키는 문화시민의 자세로 외국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스승은 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만난 그 운전 기사님이 오늘 우리 청소년들의 참된 스승이다. 웬만한 자원하나 없는 나라에서 내일을 살아갈 꿈 많은 청소년에게 우리 어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우리 모두가 그들의 스승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도 학교에서 더욱 열심히 가르칠게요.

대구중앙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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