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키에 분홍색 꽃잎이 예쁜 송엽국, 겁없이 날아든 나비로 착각케 하는 '노란 무늬 흰 붓꽃', 꽃잎 반 이파리 반으로 흐드러진 '누운 주름 잎'. 여기에 '말발도리' '흰 패랭이', 바위에만 뿌리를 박고 자라는 '바위솔', 생존조건이 까다로워 지구 몇몇 곳에만 산다는 '에델바이스'….
8년째 야생초를 키우는 안경애(44.야생초 동호회 '초롱회')씨의 아파트 베란다는 은은한 들꽃 향기로 가득하다. 70여종 200여 포기의 크고작은 풀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낸다. 늦잠에서 막 깬 어린 잎, 일찌감치 일어나 꽃망울을 터뜨린 녀석… 야생초를 키우는 재미는 특별하다. 안경애씨는 도자기, 꽃꽂이, 생활체육 등 다양한 취미를 가져보았지만 야생초만큼 사람을 쏙 빠지게 만드는 것은 없었다고 한다. 이보옥, 최명순, 하글라라씨 등 다른 회원들도 돌고돌아 결국 야생초에 귀착한 사람들이다. 그런 탓일까. 한때 안씨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동양란은 이제 베란다 한쪽 구석에서 찬밥신세로 처량하다.
"야생초는 작고 소박하지만 계절마다 그 모습이 확연히 달라요. 엄동설한에 죽은 줄 알았는데 봄에 싹이 돋는 걸 보면 신비롭기까지 해요" 안씨는 새벽에 깨어나 야생초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참 특별하다고 귀띔했다.
대구에는 '초롱회'를 비롯, 4, 5개의 야생초 동호회가 있다. 이들은 해마다 전시회를 통해 야생초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초롱회'는 대구시내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에 야생초를 심기도 한다. 장미와 국화에 익숙한 도시인들이 작은 들풀의 존재를 아는 것만으로도 큰 보람으로 여긴다.
'초롱회'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전국의 야생초 군락지를 찾아 들꽃의 아름다움을 즐긴다. 그러나 야생초를 캐오는 것은 금물.
"채취가 불법이기도 하지만, 산에서 살아야 할 풀은 캐와도 살리지 못해요" 안씨는 야생초를 기르고 싶은 사람은 매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내성이 길러진 후라야 가정에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스팔트와 자동차에 밀려 깊은 숲 속으로 숨어버린 야생초. 이제 그들을 불러내 회색 빛 아파트 베란다를 계절에 어울리게 알록달록 색칠해보는 것은 어떨까. 무료강의:981-2624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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