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북관계 어두운 그림자

"남조선 당국이 외세와 야합해서 동족을 해치려하고 있으니 좋게 발전하던 북남관계와 조선반도 정세가 엄중한 국면에 처하지 않을수 없지 않겠는가"

북한의 평양방송은 15일 밤 9시 50분 '반민족 반통일 범죄행위'라는 제목의 대담 프로그램에서 한반도 정세가 냉각국면에 처한 책임이 남한 당국에도 상당 부분 있음을 거론하고 나섰다.

남북관계 냉각과 한반도 긴장 조성이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이른바 대북(對北) 강경·압살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일변도의 주장에서 벗어나 남한 당국의 책임을 거론하고 있는 것은 주목된다.

6·15공동선언 채택 이후 잠잠했던 북한의 대남(對南) 비난이 지난달부터 서서히 이어지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말까지 남한 고위당국자 개개인의 발언이나 한반도와 인근 지역에서 실시된 군사훈련 등에 국한해 수위가 한정된 비난 공세를 간헐적으로 펼쳐왔지만 지난달부터는 남한 당국을 직접 꼬집고 나서는 등 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이는 지난달 실시된 한·미 위기조치반 훈련과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연습,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의 야외기동훈련, 해군 3함대사령부의 2001년도 전반기 함대 기동훈련 등 남한에서 실시되고 있는 군사훈련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북한 당국은 남한에서 실시되고 있는 군사훈련에 대해 "철두철미 북남 공동선언정신에 위반되는 행위이고 그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하고 있다.

평양방송도 이날 남한 군사당국이 단독으로 실시하는 군사훈련과 김동신 국방장관의 '주적 개념 변경불가' 발언을 집중적으로 거론한 후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정세긴장의 책임이 "전적으로 미국과 그의 침략정책에 편승해 나선 남조선 당국에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조선중앙방송도 16일 비난의 대상을 '남조선 군사당국자들'로 한정하기는 했지만 2001년도 전반기 함대 기동훈련이 실시되는 것은 "날로 노골화되고 있는 미제의 악랄한 새 전쟁 도발 책동에 편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한이 미 행정부의 움직임에 동조, 정상회담 이후 지켜져 온 '민족공조'라는 대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최근 평양을 찾은 유럽연합(EU) 최고위급 대표단을 맞아 6·15공동선언 이행 의지를 다시금 표명하고 2003년을 시한으로 한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를 선언하는 등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 메시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볼 때 북한의 주장·비난에는 남북 정상회담 이전으로 남북관계를 되돌릴 수 없다는 '의지'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대북 정책이 결정되고 북한이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내놓기 전까지는 남북관계가 당분간 소강국면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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