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대구종합경기장과 축구단

새벽잠을 깨우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의 박찬호의 삼진 행진,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에서의 박세리의 버디 행진에 눈을 비비며 박수를 보낸다. 이역만리 미국땅에서 펼치는 이들 스타들의 멋진 플레이는 지구 반대쪽 우리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훌훌 날려보내기에 충분하다. TV방송사의 장삿속이 더러는 아침 뉴스까지 미뤄가며 이들 선수들의 일투일타를 생중계하는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하기에는 이들 스타들의 파이팅과 기량이 뛰어난 것이 사실이다. 이맛살을 찌푸리기에 앞서 수준높은 경기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들끓는 축구단 창단 논란

주변 도로 공사비까지 물경 7천여억원을 들인 대구종합경기장이 4년여의 역사끝에 그 위용을 드러냈다. 20일 개막전이 TV에서 보는 유럽컵 축구경기처럼 수만 관중들이 열광하는 그런 대구경기장의 모습이기를 상상해본다. 그래서 30일의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경기나 내년의 월드컵이 성황리에 개최되기를 기대한다. 되는 것 없다고 답답해 하는 시민들이 경기장에서나마 일체감을 이루고 또 일상의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흐믓하다.

주말이면 손잡고 대구 야구장을 찾는 가족팬들이 많다. 삼성 라이온즈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이들 대다수의 관중들은 삼성 선수들의 경기에 함께 웃고 또 분노하기도 한다. 지금은 많이 좋아지긴 했다지만 승부에 집착한 관중들로 프로야구 구장에서 얼마나 많은 욕설과 비난이 쏟아졌던가.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도 없는데 야구라도 이겨서 속 좀 시원하게 만들어달라"는 팬들의 성화에 삼성구단 관계자들은 일희일비한다. 그런 팬들 덕분에 프로야구가 명맥을 유지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가 생각대로 풀려나가지 않으면 쏟아지는 비난에 아예 문밖 출입이 겁이 날 지경이란 것이다.

경기장 유치 위한 '궁여지책' 아니길

그런 대구에서 프로축구 구단 창단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프로축구 - 대구시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대구시민이라는 일체감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시민구단이라는 이야기다. 더욱이 3천억원이나 들인 월드컵 종합경기장을 놀릴 판이라는 것도 구단을 설립하려는 주된 이유다.

대구시가 내놓은 지역연고 프로축구팀 창단이 얼마나 경기장을 활성화 할 것인지, 또 시민들의 컨센서스를 모을 것인지를 지금 예단할 수는 없다. 마침 타이거풀스가 지분참여 의사를 밝혔다니 많은 기업들이 참여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으면 좋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저씨 떡도 커야 사 먹는다"는 현실이다. 곰곰이 새겨볼 대목이다.

프로야구 입장료와 광고수입이 전체 지출의 30% 정도인데 축구로 관중을 모으고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다. 더구나 궁여지책으로 만들어진 팀이 어떤 선수들로 구성될 것인지, 그들이 얼마나 수준높은 경기를 펼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이야기해 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경기장내 각종 시설 및 매장을 임대하고 또 이들의 수익이 프로구단의 존립을 보장한다는 계산은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할 것 같다.

훌륭한 경기위해 힘모아야

관중이 없다고, 그래서 매장들이 장사가 안 될 경우도 냉철한 계산을 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이 새벽잠을 설치며 메이저리그에 몰두하고 박세리의 퍼팅 하나 하나에 숨을 죽이는 것은 수준높은 경기이기 때문이다. 축구장을 짓기까지 4년여를 기다렸고 아직도 시간이 있다. 당장은 닥쳐올 경기들을 어떻게 훌륭하게 치러내느냐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그러면서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대구경기장은 대구시민과 함께 영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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