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의 영화 '친구'가 부산에서부터 관객몰이를 시작했다면 70년대 말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부산발(發) 히트 가요. 지난 토요일 예정보다 20분이나 늦은 저녁시간. 대구 야외음악당에서 조용필 콘서트가 열렸다. "인기라는 게 흔한 말로 사람잡는 것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구름 같고, 바람 같고, 파도 같은 것이지요" 라고 말하던 50대 조용필은 "내가 한창 인기 있을 때 중학생이던 꼬마 팬이 20년이 흐른 지금도 오빠라고 한다"며 '영원한 오빠 조용필'이 쓰여진 현수막을 보고 "맥주 한 잔 하자"고 말했다. 머리숱이 빈약한 아저씨와 아기를 안은 채 야광봉을 흔드는 아줌마 관객만 아니라면 정말이지 82년 초여름의 부산 해운대 백사장과 너무나 흡사한 열기였고 함성이었다.
지금 거리는 80년대 교복세대의 촌패션(?)이 활보하고 핑크, 노랑, 오렌지 등 그 시절의 색상이 최고의 유행. 하지만 삼·사십대의 80년대는 너무나 힘겹던 시기였다. '땡전' 뉴스와 함께 거리에 최루탄이 난무하고 오빠가 도서관 밧줄에 매달려 민주를 외칠 때 누이는 공단에서 오빠에게 보내줄 학비를 벌었다. 그러나 지금, 그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모르는 신세대까지도 80년대 유행은 따라야만 하는 의무감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복고는 영화 '친구'가 몰고 온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대중문화의 주요코드. 패션, 음반, 영화, 애니메이션, CF, 드라마, 캐릭터 산업에서 주요한 소재가 되고 있다. 복고주의는 새로운 창조가 고갈되고 불안한 세기말적인 정서를 대중이 지닐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대중문화의 속성. 그러나 여기에는 새로운 유행을 창조하지 못한 문화산업이 과거를 재 포장한 문화상품으로 쉽게 돈을 벌자는 전략이 숨겨져 있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대중의 정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대박은 기대할 수 없지만 기본은 하기 때문이다. '조용필 콘서트'가 끝난 후, 계속 "조용필"을 연호한다고 해도 조용필이 다시 등장하지 않는 것처럼 대중문화는 시대와 함께 생성, 소멸하는 것이므로 그 시대에 알맞게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아름답고 감동적으로승화되어야 한다. 물론 이 어지러운 세태에서 되도록 손쉽고 안전한 쪽으로 기우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 그러나 현실은 도피할 수도 없고 지나간 '어린 시절'에마냥 빠져 있을 수도 없다. 세계가 '복고'에 함몰되어 있을 때 새로운 대중문화를 창조하자. 복고는 이제 그만. 우리에게 내일이 있지 않는가.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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