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 의성역 앞 의성농민 총 궐기대회장. 30℃에 육박하는 여름날씨 속에 60~80대 노인들은 행사가 시작도 되기전 무대 앞에 모여 앉아 농민단체 회원들이 나눠준 머리띠를 매고 구호를 외치며 농민가를 따라 부른다.
한 할아버지는 "손자놈 학비 낼 때가 다 됐는데 마늘 상인은 모습도 안보이고 비는 또 왜 안오는지…" 하며 넋두리를 늘어 놓았고 영천에서 온 농민들도 이들을 거들었다.
대회 분위기가 고조되자 최태림 한농의성군연합회장은 무대 앞에 나와 "정부가 마늘농민들을 위한다며 한지마늘을 kg당 1천850원에 전량 수매하겠다지만 우리는 이를 거부하며 생산비가 보장되는 3천600원에 전량수매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또 김선환 전농의성농민회장도 한·중 마늘협상 전면 백지화와 재협상, 협상책임자의 처벌을 요구하며 목청을 드높였다.
경북도 안윤식 정무부지사가 "20억원으로 의성에 연간 5천t을 가공하는 마늘 다대기 공장을 빠른 시일 내 건립하겠다" 고 밝혔지만 농민들은 야유로 답할 뿐이었다.
의성 시가지를 가두행진 하며 마늘시장에 도착한 농민들은 산업자원부·외교통상부·농림부·국정책임자(?)등 4개의 허수아비 세워두고 의성농민회 김학천 사무국장의 사회로 즉석 재판에 들어갔다.
맨 먼저 재판에 오른 한갑수 농림부장관은 나름대로 농민입장을 대변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 곤장 백대, 산자부·외교통상부·국정책임자는 화형을 집행한 뒤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치고 자진해산 했다.
이날 농민대회는 우리 농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곳곳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곳이다. 60세가 넘은 노인들이 뜨거운 초여름 날씨속에서도 대회장으로 나와 젊은이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는데 주저하지 않는 현실. 온 몸을 내던지며 울부짖는 저 외침을 누가 함께 울어가며 들어줄 지 궁금하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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