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덕 큰 산불 10ha 불태워주민대피, 탄약고 이동 등 소동

18일 낮 12시30분쯤 영덕군 축산면 기암2리 박모(58)씨 집에서 불과 20여m 떨어진 밤나무 밑에서 불길이 쏟았다. 박씨 옆집에 사는 아주머니가 제일 먼저 불을 본 후 마침 밭 일을 나갔다 점심때가 되어 돌아온 박씨의 부인 조옥순(53)씨에게 말해 군청에 신고됐다. 박씨 집은 야산과 곧바로 붙어 있었다.

이 시간 영덕군 전역에는 심한 북동풍이 불고 있었다. 초속 10~15m 정도의 강풍을 타고 불은 삽시간에 10여 가구가 사는 이 동네 뒷산 전체로 번져 나갔다. 30분도 않 돼 불은 엄청난 화마로 변해 기암2리 뒷산 모두를 태운 채 동해안 쪽인 북동쪽으로 확산됐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제일 먼저 영덕군 의용소방대원, 소방차, 군청 공무원들이 산불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워낙 매서운 불길과 화염때문에 현장 접근이 어려웠다.

불길은 1시간도 채 안돼 기암리 뒷산을 잿더미로 만들고 인근 부곡, 고곡리쪽으로 옮겨 붙었다. 부곡리 골짜기( 속칭「가메실」)에 사는 15가구 주민들이 민가로 불이 덮칠까 긴장했다. 다행히 불길은 골짜기까지 내려오지 않은 채 부곡리 군도를 넘어 동쪽의「고래산」정상으로 번져갔다.

오후 1시30분쯤. 아직 진화 헬기는 보이지 않았다. 공무원들 역시 현장 접근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멀리서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경찰이 기암2리

입구 3거리~부곡리로 이어지는 군도의 차량통행을 막았다. 이동네 이운우(45)씨 등 가족 10여명이 3거리 옆에 있는 조상묘에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경운기 농약 호수를 이용해 물을 뿌리는 등 안간힘을 썼다.

오후 2시쯤. 진화 헬기 1대가 보였다. 30분 뒤에 또다시 2대가 추가로 진화에 합류했다. 하지만 불길을 잡기엔 벌써 늦은 시각이었다. 더우기 심한 강풍과 화염때문에 불길이 번져나가는 앞쪽엔 아예 접근 조차 하지못했다. 불길이 지나간 뒤쪽에서 물을 뿌렸다. 고래등 같은 불길앞에 불가항력이었다.

2시간이 지난 오후 2시30분쯤. 불길은 드디어 7번국도(동해안 고속화도로)를 훌쩍 뛰어넘어 축산면사무소 앞산인 도곡리쪽과 고곡리쪽 2갈래로 옮겨 붙었다. 군용 헬기 9대와 산림청 헬기 4대가 추가로 진화에 합류했다. 하지만 바람은 여전히 어린이가 혼자 걷기에 힘들 정도로 여전했다. 50사단 병력 600여명이 투입됐지만 현장 접근은 불가능했다.

오후3시쯤.「고곡주유소」(고곡리)와 영명사(사찰. 도곡리)가 위험하다는 연락이 왔다.

이 일대 주민 1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도곡리에 있는 군부대도 탄약과 실탄을 안전지대로 옮겼다. 경찰은 불길이 7번 국도변으로 번지자 통행을 한때 통제하기도 했다. 불길은 여전히 맹렬한 기세로 이산 저산을 뛰어 넘었다.

오후3시30분쯤. 또다시 산림청 헬기 3개가 추가 투입됐다. 모두 16대의 헬기가 하늘에서 연신 물을 뿌렸지만 불길은 숙질 기미가 전혀 없었다. 3시20분쯤 전국에 있는 산림청 헬기 11대를 모두 영덕으로 옮길 것이란 통보가 왔다.

오후4시쯤. 축산면사무소에서 최태환영덕부군수. 50사단 최한열 연대장, 포항소방서장, 산림청 헬기 통제지휘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가 열렸다. 마침 현장을 둘러보고 돌아 온 문성부영덕국유림관리소장이 『사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강풍이 계속 될 경우 이동전화 무선기지국, 한국통신 장거리망, 군 통신시설이 있는 봉화산 정상과 축산항, 경정리 마을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 주민들에게 대피를 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후5시쯤. 결국 북동쪽으로 뻗어가던 불길이 도곡~축산간 지방도와 하천을 건너뛰어 봉화산 밑자락으로 옮겨붙었다. 심한 강풍을 타고 불씨는 도깨비같이 이골짝 저골짝을 날아다녔다. 산더미같은 불기둥과 화염을 진압하기엔 헬기, 소방차, 공무원 모두 역부족이었다.

오후6시쯤. 바람이 한낮보다는 조금 숙지긴 했다. 하지만 불길은 축산, 경정리 해안쪽으로 번져갔다. 다행인것은 불길이 통신시설이 있는 봉화산 정상으로 빠르게 옮겨붙지는 않았다. 또 민가도 피해 갔다.

오후 7시쯤. 구미 도민체전에 참석했던 김우연 영덕군수가 돌아와 민,관.군 대책회의를 주재, 역할 분담을 했다. 이때는 바람도 많이 숙졌다.

오후 7시30분쯤 날이 어두워지자 헬기와 전 공무원, 군병력이 철수했다. 임야는 밤새 계속 탔다. 다행히 저녁 8시부터 19일 새벽까지 바람이 잠잠한 덕분에 산불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새벽5시쯤 군청 공무원 500명이 진화에 나섰다. 불길이 세지않아 현장 접근이 가능했다. 7시쯤 군병력 500여명과 헬기 17대가 다시 투입됐다.

한편 19일 오전 현재 영덕군은 산불피해 면적을 10ha 정도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확한 피해면적은 이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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