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의 실패사례중 가장 극적인 것은 나폴레옹의 워털루 싸움이 아닌가 싶다. 나폴레옹의 지배를 결정적으로 끝나게 만든 싸움이다. 1815년 6월16일 영국군이 주축을 이룬 연합군에 공격을 퍼부었으나 전쟁개시 사흘만인 18일 4만명에 가까운 전사자를 내고 프랑스는 항복하고 만다. 정치적·군사적 천재로서 세계사상 알렉산드르 1세, 카이사르와 비견되었던 나폴레옹의 백일천하가 끝이 나는 순간이었다. 1797년부터 1815년까지 벌인 60번째의 전투가 맥없이 무너졌고 이로부터 6년뒤 유배지 세인트 헬레나 섬에 폭풍우가 몰아친 21년 5월5일, '돌풍같은 생애'를 마감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극명한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은 위화도 회군(回軍)으로 쳐도 무방할 것 같다. '한참팔팔(1388년)한 나이'에 이성계(李成桂)가 감행한 이 사건으로 궁예로부터 빼앗은 왕건의 왕씨 왕조가 끝막음을 하고 만다. 회군 당시부터 역성(易姓)쿠데타의 의지가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쨌든조선건국의 기초를 연 것이다. 요동정벌을 주장한 최영(崔瑩) 등 반명(反明)세력은 정치적으로 밀려나고 이성계 세력이 실권을 장악해 새로운 판도를 형성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권을 잡으면 흔히 통치세력이 동원하는 개혁의 일환인 전제개혁(田制改革)을 단행, 기존 집권세력의 터전을 일시에 허물어 '실패의 늪'에 가라앉도록 철저히 봉쇄했다.
'실패 경험도 중요한 자산이며 학문으로 발전시켜야 한다'이른바 '실패학(失敗學)'이 일본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실패를 연구한다는 역발상이 세계의 주목을 끈다. 일본의 실패학은 지난해 '실패학의 권유'라는 베스트 셀러가 나오면서 이론적인 체계가 잡혔다고 한다. 책을 쓴 하타무라 요타로(畑村洋太郞)도쿄대학 교수가 조사한 결과 대형실패엔 평균 300번 내외의 예비적 실패가 있었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도 최근 위성발사실패 등 실패사례등을 종합분석하는 연구팀을 발족할 정도다.
이같은 분위기는 현장에서 발생한 실패에 대한 분석 결과다. 실패의 대부분은 분야가 달라도 원인이 비슷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각적으로 분석하면 비슷한 실패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착안한 것이다. 일본은 그렇다 치고 우리나라는 유독 정치 실패가 두드러진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 수준보다 휠씬 뒤처진 정치행태로 해서 사회전체가 피곤한 것은 사실이 아닌가. 준비된 정부라는 국민의 정부도 실패한 정부가 되지 않도록 성찰이 필요하다. 내기 골프나 치고 '성은에 몸둘바를 모르겠다'식의 발상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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