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년이나 된 공룡기업(1876년 발명왕 에디슨 창업)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회사로 손꼽히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전설적인 CEO 잭 웰치 회장이 1997년 3월 올란도에서 의료시스템의 판매사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웰치 회장이 발표를 끝내자마자 한 젊은 판매사원이 벌떡 일어났다.
"저와 동료들은 제대로 급료를 받지못하고 있습니다. 급료가 매주 늦게 지불되는 바람에 가족들을 부양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낍니다".
최고 경영자에게 '당돌하게' 불만을 털어놓은 젊은 판매사원은 4일후 뜻밖의 편지와 상금을 받았다. "용기를 가지고 나서서 회사내 문제를 직언한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웰치 회장이 1천달러의 보상금을 보내온 것이다.
0..경영·정보 마인드는 오픈 돼야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의 기업일지라도 '경솔하다' 내지 '필부의 만용'이라며 목이 날아갔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무명의 판매사원은 최고경영자로부터 칭찬과 함께 보상까지 받았다.
그 이유는 딱한가지. 웰치 회장은 거리낌없이 나섰던 그 젊은이의 무례한 발언이 제너럴 일렉트릭사에 퍼져있는 좋지않은 (기업)문화를 뿌리뽑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전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내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생산성을 어떤 방법으로 높여서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가 관건으로 작용하는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의 핵심 특성으로 간주되는 '학습하는 문화' 혹은 '학습하는 사회'(learning society)는 이렇게 불붙었다.
0..'열린마음'으로 배우는 자세를
'아이디어 창출'이라는 특성을 지닌 '학습하는 (기업)문화'가 주는 메시지는 "끊임없이 배워라, 당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서 더 이상 배워야할 것이 없다고 여기는 자만심이 조직내에 팽배해 있는 한 어느 기업, 어느 도시, 어느 국가도 경쟁력을 가질 수 없음을 잭 웰치는 일찌감치 터득한 것이다.
'학습하는 문화'란 조직 내외부 누군가에게서 혹은 책이나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더좋은 생각, 더 나은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정보와 경쟁력이 공개되는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조직이 살아남고, 도시가 살아남으려면 지위나 직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서 어떤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서 제것으로 창조해나가느냐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룹 산하에 백수십개의 계열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잭 웰치 회장은 "자리에 틀어박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기란 어렵다. 나는 크라이슬러로부터 제품개발과 출시기법을, 모토로라로부터 품질관리기법에 대해서 배웠다"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항상 직원들과 대화하며 배우는 자세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잭 웰치 방식의 '학습하는 문화'는 이미 국내의 선진기업이나 오피니언리더, 앞선 예술가들에게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져 창조와 생산을 향한 '마르지 않는 샘'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0..편견과 자만심은 퇴출 영순위
경북 구미에서 노조파업으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기업을 단 3년만에 수천억원의 흑자기업으로 일으켜세운 한국전기초자 서두칠 사장 역시 '학습하는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CEO가운데 한명이다. 부임초 새벽, 오후, 야간에 세차례씩 전직원과 대화를 강행하고, 회사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거론한지 3년만에 회사를 반석위에 올린 서 사장은 요즘도 기업발전의 원동력을 학습하는 문화에서 찾고 있다.
"이제 살만하다"고 안주하는 대신 전직원이 한달에 한권 이상씩 책읽기를 의무화하고, 독후감을 사내 게시판에 올리게 하여 정보를 공유하며, 잘쓴 독후감은 시상까지 한다. 또 소속 부처가 어디이든지 상관없이 사내 특정분야에 관심이 있으면 실험팀(가칭 매트릭스)을 가동하여 격의없는 대화와 아이디어를 나눈다. 신제품 개발의 아이디어가 이런 곳에서 샘솟는다.
대구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변종곤씨 역시 마찬가지이다. 끊임없는 예술창조의 기초닦기를 매일 한시간씩의 독서로 보충하며 배우고 또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내어서 배우고 실행에 옮기는 '학습 문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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