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거짓말하는 공직자는 물러나야

안동수 법무장관의 '성은(聖恩)메모'의 초점은 '과잉충성'에서 점차 거짓말을 한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 검찰과 법무부 고위간부들이 22일 밤 심야회의를 갖고 논의한 결과 안 장관에게 사퇴하도록 전격 건의해 안장관이 23일 사퇴한 배경에서도 메모작성을 둘러싼 그의 해명엔 한계가 있다고 한 것이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했다.

그 경위를 보면 변호사사무실 여직원은 안 장관이 직접 작성했다고 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것이나 메모작성 컴퓨터파일 복원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한 것도 그의 거짓말을 뒷받침하는 요인들이다. 또 메모작성자로 자처한 동료변호사가 경기도 이천에서 골프를 치고 4시간만에 서울 서초사무실로 돌아와 작성했다는 것도 시간상으로 이가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사퇴건의를 한 검찰관계자들이 이를 검증한 결과 해명엔 한계가 있으며 믿을만한 게 못된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게 결정적인 요인이다.

그렇다면 안 장관은 이 '거짓말'로도 장관으로서 벌써 자격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법치를 세워야 할 법무장관으로서는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행태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이 정권엔 왜 이렇게 거짓말이 난무하는지 실망을 금할길 없다. 대통령의 말바꾸기에서 김태정 법무장관의 옷로비의혹을 둘러싼 거짓말은 마치 거짓말경연대회를 방불케했을 정도였다. 이렇게 거짓말이 난무하니까 결국 국민들이 이젠 설사 참말이라고 해도 곧이 곧대로 듣지 않을 정말로 '정치불신'을 낳고 말았다. 정권이 도덕성을 상실하면 그 정권은 회복하기 힘든 '민심이반'을 부른다. 미국의 닉슨대통령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닌가.

이런 판국에 오장섭 건교부장관의 부동산위장 거래의혹이 불거지면서 같은 맥락의 도덕성문제가 제기돼 정말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더욱이 그는 부동산 부당거래를 막아야 할 건교부장관이 아닌가. 가뜩이나 일마다 꼬인 국정에 도덕성마저 상실하면 이 정권은 국민들에게 무슨 희망을 줄 수 있는지 지도층은 심사숙고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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