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와이드-대만 경영인 본토창업 붐

대만 타이베이(臺北)의 젊은 IT산업 경영자들이 중국 상하이(上海)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상하이 창업을 위한 대만 경영인들의 출국러시는 산업투자를 위한 단기간의 외유가 아니라 삶의 터전을 잡기 위한 경우가 상당수 차지하고 있어 대만에서는 고급 정보인력의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과 대만의 통일에 앞서 '양안(兩岸)의 경제적 통합'이 시작됐다는 긍정적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

◇대만판 엑소더스=대만의 정보산업 경기가 점차 활력을 잃고 있는 가운데 대만 IT업계 신세대 경영인들의 상하이 창업붐이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근착 타임지는 '타이베이 기술인력 대탈출'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3만여명의 대만 젊은이들이 창업을 위해 중국으로 생활터전을 옮기고 있으며 최종 종착지로 상하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타임지는 또 "이들 대만인 중 대부분이 경영자들"이라고 밝혔다.

◈타임지 "3만여명 이동"

1990년대 들어 중국경제가 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대만의 대(對) 중국 투자규모는 무려 500억달러(한화 65조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타이베이에서 상하이로의 인력 및 자금이동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타이베이 최대 헤드헌터업체를 운영중인 매뮤얼 로페즈씨는 "타이베이에서 상하이 열풍이 1년전부터 급작스럽게 불기 시작해 이제 모두가 중국에서 일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 구베지구는 이미 대상(臺商:대륙에 투자한 대만 경제인)들로 넘쳐나 대만식 레스토랑 체인점이 즐비하고 노변에는 대만인들이 즐겨찾는 과일과 요리를 파는 행상들로 들끓고 있다. 또 가라오케를 운영하는 대만출신 술집여주인들이 매춘을 알선하는 것은 물론 매달 수천위안(元)도 안되는 '푼돈'으로 현지처를 거느리는 '대상'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대상'들은 '아시아의 실리콘 밸리' 상하이를 '값싼 노동력'을 통해 엄청난 기업이윤 창출이 가능한 '기업인들의 낙원'으로 간주, 상하이 진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장쩌민 장남도 합작사 설립

◇태자당(太子黨)의 결합=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장남 장멘헝(江綿恒.48)과 대만 최대재벌 왕융칭(王永慶) 포모사그룹 회장의 장남 왕원양(王文洋.51)은 지난해 4월 중국 최대규모의 합작 벤처기업 '홍리 마이크로 전자'를 설립했다.

중국에서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기업집단을 경영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태자당' 가운데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장멘헝과 왕원양의 합작회사 설립은 '대상'의 상하이진출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되고 있다. 왕원양은 이후 중국 현지에 석유화학 및 전기전자를 주력업종으로 하는 홍런그룹을 설립, 상하이와 광둥(廣東), 쓰촨(四川)성에서만 연 10억홍콩달러(한화 약 1천4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시끄러운 결혼문제로 인해 아버지로부터 대만에서 상하이로 쫓겨났던 왕원양이 성공을 거두자 아버지 왕회장이 다시 아들의 홍런그룹을 적극 후원하고 나서 중국 현지언론들은 "'태자당의 결합'이 끊어진 부자의 정까지 다시 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투자규모 500억달러 추정

◇대만당국의 우려=대만 IT산업 고급인력의 상하이 유출이 날로 심화되자 대만당국은 중국으로의 사업이전으로 많은 고급 인력들이 대만을 떠나게 되고, 결국 대만과 중국간 기술수준 격차가 좁아져 국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대만 반도체 업체는 앞으로 5년내 종국적으로 중국으로 공장을 옮겨야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기술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고급인력을 스카우트할 경우 대만 반도체의 도산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의 경제성장은 대만내 통일압력 여론을 더욱 확산시키게 돼 대만 지배세력의 입지를 약화시키게 될 전망이다.

외신종합=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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