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든다더니

요즘 정부의 경제정책 패러다임에 이상 징후가 감지된다. 외부환경에 취약한 우리경제의 특성상 선진국 경제지표에 따라 정책이 변하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경제통치의 근간(根幹)이 바뀌어서는 안될 것이다. 경제정책 '메인 스트림'의 변화는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그동안 업계의 볼멘 소리를 종합한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조건'이라는 보고서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보고서는 한마디로 '규제없는 나라가 성장률과 국민소득도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투자환경 개선, 규제 완화, 기업의욕 고취가 선진국 경제정책의 기본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정책의 총론과 각론이 너무 달라 기업들은 눈치보기에 바쁘고 자칫 정치논리에 휘말리면 악덕기업으로 눈총받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시장논리'에서 점점 배제되고 있는 웃지못할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규제의 상당부분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사실상 '외부의 힘'에 의해 결정됐다.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도입된 각종 규제가 지금 IMF체제를 졸업하고 나름대로 성장 잠재력을 확보한 상태로 바뀌었는데도 정부가 이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심지어 기업이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업구조와 내부통제에까지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업계의 지적은 정확하다.

업계의 구조조정은 지속돼야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규제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약속에도 불구, "한국은 세계에서 벤처창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포브스지(誌)의 지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부는 기업의 문제점을 앞서 해결하고 투자마인드를 부추기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적극적 지원책도 훌륭한 구조조정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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