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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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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공보비서관 출신으로 지금은 정당인이 된 정두언(鄭斗彦)씨가 15년동안 몸 담아온 총리실에 대한 비판서를 출간한 것이 단연 화젯거리다. 아무리 '등 돌리면' 그만인 요즘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떠나자 말자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바람막이나 희생양'이라 못박고 이런 총리실에 막대한 예산을 사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등 '막말'을 하는 정씨에 대해 배신자쯤으로 보는 시각이 있나하면 할말을 잘했다는 격려성 시각도 있는 등 이래저래 정씨는 구설수에 휩싸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정씨 비판서의 재미는 이처럼 꼬집는것보다 역대 국무총리를 부지런형, 게으른형으로 구분, 나름대로 평가하고 있는 대목이 아닌가 한다. 정씨의 공직생활 중 거쳐간 18명의 총리중 노재봉, 강영훈, 이회창, 박태준 전 총리들은 부지런하고 똑똑했고 이홍구, 이수성, 김종필씨는 게으르고 똑똑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일은 엉터리로 하고 돈만 챙기는 유형도 있었다'는 등 정씨는 역대 국무총리를 다양하게 평가한 것이 특이하다.

▲따지고보면 지도자를 '부지런하고 똑똑한…'식으로 구분해서 평가하기 시작한 원조는 아무래도 19세기 프로이센의 군인이자 병략가(兵略家)인 클라우제비츠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할 것 같다. 서양의 손자(孫子)라 불리는 그는 군사전략가들사이에 불후의 명저로 통하는 '전쟁론'에서 군 지휘관을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번째는 '게으르고 똑똑한 유형'-이 타입은 게으른 천성탓에 최종결정이 늦고 그만큼 참모들의 의견을 많이 받아들여서 최종 판단을 하기 때문에 최상의 지휘관이 라는 것이다.

▲반면 부지런하고 똑똑한 지휘관은 부지런한 탓에 의사결정이 조급한 것이 흠이란 것-따라서 최고 지휘관보다는 좋은 참모가 되기 십상이란 것이다. 또 클라우제비츠는 게으르고 무능한 지휘관은 무능하기 때문에 일을 엉터리로 하지만 한가지 좋은 것은 게으른 탓에 무턱대고 일을 저지르지는 않기 때문에 재기불능의 큰 에러는 내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비해 최악의 상황은 '무능한데다 부지런한'경우다.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면서도 의욕만 앞서 여기 집적, 저기 집적 건드려 놓고는 감당도 못하는 상태야말로 '큰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이 얘기는 군 지휘관에 대한 언급이다. 그렇지만 어쩐지 YS이래 민주니 개혁이니만 내세워 밀어붙이고 있는 집권측이 한번쯤 되씹을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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