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40.대구시 달서구 장기동)씨는 얼마전 중형차(2000cc)를 시가보다 300여만원 싼 1천200만원에 구입했다. 김씨가 승용차를 저렴하게 산 '비법(?)'은 렌트카 업체 명의로 차를 구입했기 때문. 렌트카는 영업용 차량으로 분류돼 일반 승용차 보다 세금도 적고 LPG차량이어서 유지비도 적다.
최근 들어 '허'자 번호판이 달린 렌트카들이 급증하고 있다.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데다 대부분 LPG 차량이어서 유지비가 적게 드는 점을 노려 렌트카 업체 명의로 승용차를 구입하는 불법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고소득자들이 당국의 세금추징을 피하기 위해 고급차를 렌트카 업체로부터 장기임대하거나 불법거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태
올 4월말 기준 대구지역의 렌트카는 3천288대로 지난해 4월말 2천262대 보다 1천26대가 증가했다. 3000cc이상 대형차가 대부분이며 2000cc이상 중형차자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렌트카 업체 역시 30개에서 38개로 8곳 늘었다.
현재 렌트카사업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대구시에 등록서류를 제출해 인가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안에 100대의 렌트카를 소유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렌트카 업체가 영세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100대의 렌트카를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무리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대부분 업체들은 등록기준을 맞추기 위해 일반인에게 렌트카를 판매하는 불법거래를 하고 있다.
렌트카업계 한 관계자는 "영세한 대부분의 렌트카 업체들이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 일반인에게 불법판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한 법률상 '허'자 차량의 실소유주인 렌트카 업체들은 고객이 면제받는 세금을 관리비 명목으로 받아 이득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구입자들 역시 저렴한 가격에 차를 살 수 있고 LPG 차량이어서 유지비도 적게 드는 점을 노려 불법인줄 알면서도 렌트카를 '구입'하고 있다. 특히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자들이 본인이나 가족의 명의로 고급차를 구입할 경우 부과되는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렌트카를 장기간 임대하거나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관계 당국은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못하는 등 단속을 등한히 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렌트카 업체와 개인간에 장기임대형식으로 이면계약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거래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적발을 하려면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해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대구지방국세청은 지난해 초 렌트카 업체와 일반인간의 불법거래에 대한 조사를 벌여 15건의 불법거래를 적발, 세금을 추징했으나 그 이후에는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 문제점
렌트카 업체 명의로 차량을 구입한 사람은 법적으로 차량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매매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또 렌트카 업체가 부도날 경우 차량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권리도 없다. 렌트카 업계 관계자는 "렌트카 업계의 도산으로 차량을 빼앗긴 렌트카 구입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사회적 위화감과 거부감도 크다. 대다수 차량 소유자들은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반면 렌트카 회사 명의로 차량을 구입한 일부 사람들은 세금을 적게 내고 낮은 유지비로 차를 굴리는데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모(29.대구시 수성구 신매동)씨는 "'허'자 번호판이 달린 승용차를 볼 때마다 과연 진짜 렌트카일까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제값 다주고 승용차를 구입해 상대적으로 비싼 유지비를 내는 나 자신이 바보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 대책
늘어나고 있는 렌트카 업체 명의로 차량을 구입하는 불법거래를 근절시키기 위해 '렌트카 업체 등록기준'을 완화시키고 세금감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등록요건인 차량 100대를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불법적으로 일반인에게 렌트카를 판매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렌트카대여사업조합 한 관계자는 "현재 등록요건인 100대는 대부분 영세업자들이 맞추기에 부담이 돼 불법거래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며 "등록요건을 낮추는 것이 불법매매를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렌트카업체의 불법매매를 줄이기 위해 렌트카사업등록조건을 100대에서 80대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정욱진기자 penchoc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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