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북 상선 침범에 항의도 못하다니

북한 상선 세 척이 2일 우리측 영해인 제주해협을 일방적으로 침범해 통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은 해군의 유도에 따라 한 척은 당일, 두척은 이튿날 공해로 빠져나갔다. 이들 세 척이 제주 해협을 통과한 것은 무해통항권(無害通航權)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행위로 보여진다. 이들이 우리 해군과의 교신에서 "상부의 지시대로 제주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제주해협은 국제통항로이다"라고 말한데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제주해협은 국제법상 무해통항권이 인정되는 곳으로 군함이 아닌 외국상선은 사전 통보없이 이곳을 통과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유엔군사령부의 교전규칙에 따라 정전 상태에 있는 북한 선박이 이 해협에 접근할 경우 즉각 통신검문을 실시하고 그 선박을 공해상으로 퇴거시키도록 돼 있다. 이런 규정을 모를리 없는 북한이 세 척의 상선을 동시에 영해를 침범토록 해 항해를 강행한 것은 우리의 안보태세의 허를 찔러보려는 도발행위에 다름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군함이 아닌 상선의 경우 무해통항권을 인정해줄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 북한 선박이 제주도 남쪽 바다를 우회하지 않고 제주해협을 통과해 일본, 동해나 서해와 연결할때 시간과 경비면에서 상당한 절약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안하무인격으로 취한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6·15선언에 따라 남·북 당국자간회의 등 얼마든지 협의를 통한 해결의 길이 열려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통과'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것은 우리측을 우롱하는 행위다. 금강산 관광만 하더라도 남북 당국간 사전협의를 통해 북한 영해를 얼마든지 출입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측의 대응에도 문제가 많다. 남북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정선·나포 등 엄격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공해상으로 유도만 한것은 미온적인 대응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렇게 끝도 없이 북한에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다녀서는 꼴이 말이 아니다. 북측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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