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상으로 달라지는 인생유전

프로야구판에 부상 경계경보가 내려졌다. 삼성 진갑용이 5일 두산전에서 손에 볼을 맞아 손가락뼈가 부러졌다. 진단은 4주가 났지만 적응기간을 고려하면 전반기 출장은 힘들게 됐다. 현대 심정수도 5일 롯데전에서 얼굴에 공을 맞아 광대뼈가 부러지면서 최소 2달은 출장할 수 없게 됐다. 두산 심재학도 5일 몸에 맞는 공에 부상을 입고 팀전력에 손실을 입혔다. 주전들의 부상은 순위경쟁이 본격화하는 요즘 팀전력에 마이너스 요소가 되는 것은 물론, 선수 개인에게도 큰 불행.

몸이 재산인 프로야구선수들에게 가장 두려운 적은 부상이다. 부상은 선수생활에 치명상을 입히거나 선수생명을 끊기도 한다. 전 삼성선수 김성래가 전성기에 주루플레이를 하다 인대를 다쳐 내리막길을 걸은 것이나 강동우가 98년 플레이오프에서 펜스플레이를 하다 다리뼈가 부러져 치명상을 입은 것이 대표적인 예. 뉴욕 메츠의 유망주 빌 퍼시퍼는 팔꿈치 부상으로 기량을 펴보지도 못한 채 무대뒤로 쓸쓸히 퇴장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우등생들의 불행은 벤치 멤버들의 행복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주전들의 부상때문에 후보들이 주전자리를 꿰차거나 진면목을 발휘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 요즘 삼성에서는 박정환과 김동수가 이들이다.

박정환은 삼성의 붙박이 유격수 김태균(30)이 지난달 초 손목부상을 입자 대체요원으로 출장하기 시작했다. 수비폭이 좁은 것이 흠이지만 타격에서는 김태균을 능가하고 있다. 5일 두산전에서 2점 쐐기포, 지난달 16일 롯데전에서 끝내기 3점홈런을 터뜨리는 등 0.310의 높은 타율을 보이며 중심타선 못지 않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김태균이 복귀하더라도 이제 주전자리는 박정환의 차지라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중론이다.

공.수를 겸비한 안방지기 진갑용의 부상은 김동수의 '기쁨'으로 다가왔다. '8억원짜리 대타'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김동수는 6일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90년대 프로 최고의 포수로 평가받던 그가 '벤치멤버로 머물다 1년만에 인터뷰를 하게 됐다'고 말해 프로야구판의 인생유전을 웅변해주고 있다.

박정환, 김동수는 "김태균, 진갑용의 공백을 메꾸는데 충실하겠다"며 겸손해하고 있지만 "진정한 승부는 이제부터"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춘수기자 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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