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읍 석평1리 비탈 들 50여 마지기의 논 거의 전부가 허옇게 비어 있었다. 그 중턱 어디에선가 경운기 소리가 들리기에 올라 갔더니, 금동국(64)씨가 2천여평 짜리 마른 논뙈기를 반만 갈라 물을 대고 있었다.
"열흘 전에 70만원 주고 깊이 8m 짜리 관정을 논바닥에 하나 팠지요. 저 관정에서 꼬박 열흘간 물을 퍼 올리니 이제 반뙈기는 젖게 됐습니다. 나머지는 포기하고 이것에나마 모내기를 해 볼까 합니다". 그 열흘 동안 기름이 벌써 한 드럼 들었다고 했다. 면세유 값으로 8만8천원. 그러나 관정 양수량은 그저 수도꼭지 물 나오듯 할 뿐이었다.
"논 22마지기 중 이제까지 겨우 3마지기 심었습니다. 밭 15마지기에는 감자.고추.무.참깨 등을 심으려 했으나 70%는 그냥 비어 있습니다. 작년엔 감자를 50가마나 캤지만 올해는 2가마도 어려울 겁니다". 금씨는 일요일을 틈 타 도우러 왔다는 33세 된 아들을 가리키며 "이 논에 모를 못심기는 저 애 태어난 다음해에 한번 그런 뒤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래도 나는 나은 편입니다. 다른 사람은 관정 팔 기회조차 얻기 어렵습니다. 물이 안나오면 돈을 못받기 때문에 뚫는 사람이 도랑 가 땅이라야 응합니다. 이 논 관정 팔 때도 무려 20여명이나 몰려 와 업자를 서로 데려 가려고 싸움을 벌일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참혹한 상황에서도 금씨의 얼굴에 밝은 빛이 스치는듯 했다.
봉화.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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