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깊은밤 가장 순한 별빛을 따라 한 사내 떠난다공원 외진 자리 인조나무 벤치에 앉아

며칠 째 몸을 말리던 축축한 중년의 사내

오래도록 적시어 온 심장을 마지막으로 말리더니

숲의 가장 굵은 나무 둥치 곁으로 찾아 들어

길 떠난다

꽉 조여오던 갑충의 나날들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 왕매미의 껍질처럼

마을쪽으로 뻗은 나뭇가지에 고스란히 걸어 놓는다

아침이 되면

살아 숨쉬는 것들로 다시 분주해져야 하겠지만

이 순간, 수천 년을 다져온 지층을 뚫고 뻗어 나간

떡갈나무의 뿌리보다 더 질긴 인간의 길을 벗어나

사람형상의 껍데기를 벗어나는 순한 생명 하나 때문에,

떡갈나무 숲은 숨을 멈추고 있다

-김은령 '떡갈나무숲 이야기'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수사에 가려 있지만 이 시는 죽음에 대한 레퀴엠이다. 죽음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 조건이다. 죽음이 있어 삶이 존재하는 것인지 모른다. 죽음에 대한 철학이 깊은 사회가 성숙한 사회이다.

천년 왕국 신라의 향가에는 죽음에 대한 깊은 영성이 있고, 조선시대 시가들에는 죽음 대신 현세에 대한 집착이 크다. 이것은 죽음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에 기인한다. 결국 죽음은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산 자의 태도에 따라 그것이 아름다운 것, 혹은 두려운 것이 되기도 한다.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발언에 대해 도정에 집중할 것을 권고하며, 신천지 교인들의 민주당 당원 가입 의혹에 대한 조사...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먼저 차세대 D램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연말 이전에 출시...
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안지만 씨가 지인들에게 수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에서는 흑상어...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