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산 남매지 썩어간다

경산의 상징 중 하나인 남매지가 썩어가고 있다. 시청이 3년 전에 세웠던 근린 공원화 계획도 자금 부족으로 아직 손조차 못 대고 있다.

◇썩어 가는 현장=오누이가 빠져 숨졌다는 애틋한 전설이 말해주듯 2개의 못이 남매를 이뤘던 이 못은 1928년 10만평 크기로 만들어져 220ha의 논에 물을 대 주는 저수량 11만8천t 규모 저수지. 그러나 계양.사동 일대에서 배출되는 생활 오수 등이 유입되면서 수질이 악화돼 근래에는 녹조 현상뿐 아니라 특히 여름철엔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

특히 2년 전 남천으로부터 물이 들어 오는 입구인 상류쪽 4천500여평 크기의 못 한개를 매립해 경찰서 청사가 들어선 뒤 남매가 아닌 외톨이 저수지로 변함으로써 없어진 못이 맡았던 자정력이 소멸되는 바람에 오염이 가속화됐다고 환경단체들은 분석하고 있다.

작년 여름철 수질 검사 결과 COD(화학적 산소요구량)가 기준치(8ppm)보다 배 이상 높은 17ppm이나 돼 농업 용수로도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었다. 지난달 지역 사회단체 회원들이 물 속을 정화하려 들어가 보니 바닥에는 붕어 등 엄청난 양의 물고기들이 죽은 채 썩어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회원들은 "썩은 침전물이 소(沼) 형태로 변해 발이 푹푹 빠지고 심한 악취 때문에 눈을 뜨기 힘들 정도였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지역 환경단체들은 "생활 오수가 계속 유입되고 침전물을 그대로 방치하는 한 수질을 개선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수 유입에 대해 시청 한규용 도시과장은 "다음달쯤 우.오수관 분리 설치 공사가 완료되면 생활오수 유입이 없어져 더 이상 오염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준설에 대해 농업기반공사 경산지부 신길윤 지부장은 "그 물을 쓰는 논이 많아 준설을 위해 물을 다 빼버리기 힘들고, 바닥에 암반이 많아 작업도 힘들다"고 난색을 표했다. 반면 시청 윤관식 수질지도 담당은 "환경단체.시청 등이 꾸준히 정화 활동을 해도 퇴적물을 치우지 않고선 수질 개선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상당수 시민들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인 만큼 저수지를 하루 빨리 살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한규용 과장은 "시민들 휴양 및 운동 공간으로 꾸밀 계획은 서 있지만 자금 부족으로 손을 못대고 있다"고 했다.수질 오염에도 불구하고 남매지는 대구 및 지역 윈드서핑 동호인들이 즐겨찾는 등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고, 유치원생들의 견학지도 되고 있다.

경산.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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