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참외 장아찌 이젠 추억속 밑반찬

장아찌 만들 참외가 없다? 여름철 평상에 앉아 금방 퍼 올린 찬 우물 물에 보리밥 말아 참외 장아찌로 점심 먹던 기억을 가진 50, 60대가 적잖겠지만, 이젠 그 장아찌 맛보기가 쉽잖아졌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전에는 참외 농가들이 '은천'이라는 품종을 많이 심었고, 그것은 껍질이 연해 장아찌 재료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요즘 성주 등에서는 그걸 심지 않는다. 껍질에 흰 빛깔이 비쳐 인기가 낮기 때문.

지금 90% 이상이 심는 품종은 색깔 곱고 당도 높아 인기 있는 '금'자 항렬들이다. '금싸라기' '금항아리' '금노다지' 등등. 하지만 금자 항렬 참외들은 껍질이 딱딱해 장아찌 원료로 적합치 않다. 때문에 현지 아낙네들조차 장아찌 담그려 파란 꼬부랑 외를 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전에는 모내기철이 닥치면 참외밭을 걷었었다. 따라서 이맘 때쯤이면 들녘 참외밭에서는 넝쿨 걷기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특히 올해는 그런 풍경을 볼 수 없다. 모내기를 포기하고 대신 참외 넝쿨을 그냥 두기 때문. 참외 값이 15kg 상자당 2만~3만원선을 유지, 넝쿨을 그냥 둬 두 상자만 더 따내도 20kg짜리 쌀 한 포대(4만~5만원)는 거뜬히 만회할 수 있다는 얘기.

그래서 성주의 참외 밭들은 아예 9, 10월까지 그냥 가는 경우가 적잖다. 그 뒤에는 다시 새해 참외 농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간혹 모내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쌀값 때문이 아니라 연작 피해를 막는 것이 목적일 뿐이다. 주객이 바뀐 것.

성주문화원 제수천(66) 원장은 "60, 70년대에는 된장에 담근 참외 장아찌가 좋은 밑반찬이었지만 이제 성주에서까지 그걸 그리워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아쉬워 했다.

성주.박용우기자 yw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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