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합작 신창극 만든다

임란때 일본군 포로로 끌려갔다 기슈(紀州) 번주(藩主) 도쿠가와 요리노부(德川賴宣)의 시강(侍講·교수)이 된 이진영과 유관(儒官)이 된 아들 이매계의 일대기를 담은 이상희 대구대 재단이사장(전 내무부 장관, 대구시장)의 저서 '파신(波臣)의 눈물'(범우사 펴냄)이 2002년 월드컵 기념 한일합작 신창극(新昌劇) '현해탄에 핀 매화'로 거듭난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말 이 책의 일본어 번역판을 출간, 일본 그래픽서비스공업회가 주최하는 제4회 일본 자비(自費)출판문화상 지역문화부문 대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내년 4~6월중 공연이 계획된 신창극은 한국과 일본의 연기자 100여명이 어울리는 매머드 무대로 김지일 각본, 성창순(광주시립국극단장)제작총지휘, 한상일(국립국악관현악단장)음악지휘 등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지며 한국측 기획 총감독은 양명환씨가 맡았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파신의 눈물'을 원본으로한 네오 뮤지컬 '현해탄에 핀 매화'는 한일관계사의 새 지평을 여는 것은 물론 극적인 재미까지 갖추고 있다. 임란 당시 의병으로 진주성 전투에 참여했다가 포로가 된 이진영이 일본 오사카로 끌려가 갖은 고초끝에 와카야마(和歌山)에 도착, 기슈 번주에게 유학자로 인정받아 엄청난 재물을 줄테니 일본에 귀화하라고 종용받지만 "선비는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不事二君)"며 거절하고 시강으로 추대돼 도쿠가와 요리노부의 인격과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야자키(宮崎) 가문의 여인과 결혼한 이진영은 단란한 가정을 이루지만 고향을 떠나 불효자가 된 자신을 늘 한탄한다. 이에 헌신적인 부인이 밀선을 마련해 탈출을 기도, 조선으로 가려던 이진영은 배에 올라 부인을 보는 순간 마음이 바뀌어 다시 물속에 뛰어들어 귀향 대신 부인의 품에 안긴다.

이진영은 매계, 입탁 두 아들을 두었는데 매계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유관으로 발탁돼 요리노부의 세자 미쓰사다(光貞)의 사부로 기슈 번정의 정경문화에 큰 공헌을 하게 된다. 특히 매계의 '부모장(父母狀)'에 의한 번민교화(藩民敎化)의 업적은 오늘날까지 기리는 불후의 공적이 되고 있다.

이상희 이사장은 "2002 한·일 월드컵을 기회로 가깝고도 먼 양국 국민의 감정 순화가 필요하다"며 "양 국민이 하나의 작품을 통해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상생의 무대를 형성해 서로를 이해하는 공연물이 제작된다면 양국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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