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 같습니다. 이번 아들면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 같은데요".28일 오전 11시 한반도 땅끝 마을 전남완도에서 동쪽 땅끝 독도를 생애 처음으로 밟은 박정식(52)·김말려(41)부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9월 입대한 아들 성훈(상경)의 두손을 맞잡은 채 놓을 줄 몰랐다. "잘 있었느냐. 몸은 괜찮고 힘들지는 않았느냐…"며 이어지는 질문에 박상경은 "괜찮습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며 연신 부모 안심시키느라 씩씩하게 외쳐됐다.
28일 하루 독도는 뭍에서 군복무 중인 아들 면회온 부모와 전투경찰의 첫 만남이 이어지면서 흥분과 감격의 순간들이었다. 지난 1975년 10월10일 전투경찰 12명이 독도현지의 경찰3명과 합류, 독도에 첫발을 내디딘 뒤 처음으로 부모들이 이날 독도 현지 면회의 감격을 누린 것.
박씨부부를 비롯, 이날 전국 각지에서 아들을 독도 경비대로 보낸 부모 14명이 경북지방경찰청의 초청으로 1일 병영체험과 독도에서 자식들 면회를 위해 울릉도와 독도현지를 찾은 것이다. 독도 경비대가 창설되고 26년만의 일이다.
막내 아들 임동준수경을 만난 어머니 박향심(52·부산시 동래구 온천2동)씨는 그 고통스럽던 배 멀미는 간곳 없었다. 아들 만난다는 급한 생각에 새벽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바람에 식사도 제대로 못해 속이 허전했지만 아들 동준을 보고는 "그저 좋을 뿐"이라며 연신 싱글벌글이었다. 박씨는 경비대 식당에서 아들이 대견한 지 "동의대 법대생"이라며 자랑까지 늘어 놓았다.
그러나 이들의 상봉은 오래가지 못했다. 심술궂은 파도와 바람 때문에 1시간 50분만에 끝났다. 이날 오전7시 울릉도 저동항을 떠나 500t 동해해양경찰 해경정을 타고 3시간을 달려 독도에 도착, 접안하려 할 때 높은 파도로 40분간을 배에서 보낸 것처럼 역시 파도와 거센 바람으로 12시30분 서둘러 독도를 떠나야 했다.
이날 헬기로 독도에서 이들과 합류한 전용찬 경북청장은 미안한 듯, "독도에는 부모님들을 모실 수 있는 숙소가 부족하다"며 양해를 구한 뒤 대원 8명이 부모님들과 함께 울릉도에서의 특별외박도 허용했다. 이들의 짧은 독도상봉은 울릉도로 이어졌다. 그리고 29일 오후4시 꿈같은 면회를 마치고 울릉도를 떠났다. 한편 전청장은 이날 "앞으로도 전경 부모님의 초청면회는 계속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단독] 국민의힘, '보수의 심장' 대구서 장외투쟁 첫 시작하나
장동혁 "尹 면회 신청했지만…구치소, 납득 못 할 이유로 불허"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정동영 "'탈북민' 명칭변경 검토…어감 나빠 탈북민들도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