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뛰어난 인재를 일컬어 출장입상(出將入相)의 재목이니 문무겸전(文武兼全)의 큰 그릇이니 하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라를 경영하는 큰 인물들 일수록 자잘구레한 세상사는 던져두고 시(詩)를 쓰고 그림을 그리나하면 고금의 명저에 몰입하는 여유를 항상 보였었다. 대영제국의 처칠 총리가 '2차대전회고록'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만년은 그림그리기로 여유롭게 끝마쳤다.
▲프랑스의 영광 드골 대통령 역시 그 문학적인 소양은 군인이면서도 아마추어급을 넘은 수준이었고 미국의 2차대전 영웅인 맥아더 원수 또한 그랬다. 사실 인류사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로마의 카이사르(시저)가 갈리아를 정복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고 써보낸 전승보고서는 그자체가 간결하고 장엄한 시(詩)가 아니던가.
▲중국 후한(後漢)의 제갈량 이야말로 진정한 문무겸전의 인재가 아닌가 싶다. 지난 2천년 가까운 세월동안 유교문화권에서 전무후무한 군략가(軍略家)로 존숭받을만큼 뛰어난 군인이면서 시를 읊고 거문고를 타며 인생을 관조한 그 여유가 후세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도 남는다. 그래서인지 중국의 국가지도자 중에는 유달리 시를 쓰는 사람이 많이 눈에 띈다. 이미 사거(死去)한 마오쩌둥(毛澤東)이 많은 뛰어난 시를 남겼고 현 국가주석인 장쩌민(江澤民) 역시 그의 시작(詩作)인 '황산(黃山)의 감회'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만큼 만만찮은 솜씨다.
▲이 와중에 이번에는 주룽지(朱鎔基)총리가 자작시를 시문학 전문잡지인 중화시사에 기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 총리는 60년전 어린시절 중일전쟁을 피해 잠시 피난했던 후난(湖南)성의 옛 마을을 찾은 감회를 시를 통해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대륙이 개발되기를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환경오염과 자연파괴를 안타까워 하는 주 총리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나 있다고 요즘 중국대륙이 떠들썩한 모양이다. 그렇지만 아무러면 장쩌민이나 주룽지의 시가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부터 먼저 든다. 그보다는 막강한 권좌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시를 짓고 노래를 부르며 고전을 줄줄 꿰뚫는 그 여유가 우리에겐 한없이 부러운 것이다. 정치자금이나 챙겨놓았다가 퇴임후에는 떼거리 골프나 치는 '범상한' 모습에 익숙한 우리에게도 언제쯤 문무를 겸비의 지도자가 나타나려는, 기다려 진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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