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여름, 경남지역에서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일가족 4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곳에 부부는 합장하고 미혼 남매는 별도 매장했지요. 그때 세상에 이럴 수도 있을까 싶어 하루 종일 울었습니다. 5, 6년 전쯤에는 교통사고로 부부가 함께 숨지자 네살짜리 아들이 상주가 돼 이곳을 찾았더랬습니다. 그게 무슨 참상입니까?"
칠곡 현대2 공원묘원 추성용(55) 관리소장. 벌써 13년째 이곳에서 일하느라 '인생무생'이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있다고 했다. 맨날 하는 일이라는 것이 사람 묻는 것이니 죽음도 무덤덤할 수밖에 없을 터. 하지만 드물잖은 슬픈 사연은 그때마다 다시 가슴을 찢어 놓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 고통스런 사별도 사람들은 얼마 안 가 그런대로 잊어 극복하더라고 했다. "대개 장례 후 한두해 동안은 매달 꽃을 한아름씩 안고 남편.아내.자식.부모 묘소에 드나들지요. 그러나 발길은 해가 갈수록 뜸해집니다. 이걸 보면서 사는 것의 의미도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그의 머리 속에는 '차례를 어긴 죽음'만이 그나마 더 진하게 새겨져 있는 것 같았다.
"여기서 일하다 보니 인생 무상이라는 말 뜻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누구도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것도 그렇지요". 죽음 앞에서는 누구도 공평하다고 체득한 것일까?
그러면서 추 소장은 묘지 넓이도 예로 들었다. "전에는 묘지 주변을 대리석으로 단장하고 면적도 넓게 차지한 호화 묘지가 있는가 하면, 겨우 2평밖에 못차지하는 저소득층도 많았지요. 그러나 올해부터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생기면서 누구 없이 3평 이내 밖에 차지하지 못하게 했지요. 그나마 60년이 지나면 없애야 되는 것 아닙니까?"
3평이면 장례비.사용료.관리비 등 다해야 230만원선. 누구든 죽을 때는 이 정도밖에 가질 수 없다는 경고일지도 모를 일이다. 추 소장은 거기서 또 한발 나갔다. "그뿐도 아닙니다. 안치 면적은 누구 없이 겨우 반 평에 지나지 않지요. 살아 생전 얼굴 붉혀가며 아득바득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입니까?".
칠곡. 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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