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를 비롯 개구리·도롱뇽 등 토종 수생동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생태계의 파괴자 황소개구리.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연못·하천·저수지 할 것 없이 지천으로 널려 4년 전 봄에는 환경부·환경단체 등이 나서서 잡기 대회까지 여는 등 온나라가 몸살을 앓았었다.
그런데 이 황소개구리가 근래 하천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황소개구리 보기가 힘들어졌다는 이야기들을 확인해 보려고 취재팀이 의성의 주요 하천인 위천·미천·쌍계천·남대천·안평천 등을 돌았다. 사실 하천에서는 만나기가 쉽잖았고, 현지 주민들도 "구천·가음지 등 대형 저수지에서만 밤에 울음소리를 간간이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가음지에서 이동식당을 하는 한정화(39·여)씨는 "근래 들어서는 본 적은 없고 밤에만 가끔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안사면 주민 김종익(52)씨도 "몇년 전만 해도 비만 오면 도로 위로 올라오는 등 극성을 부렸으나 요즘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어 졌다"고 했다.
황소개구리는 번식력이 대단한 놈. 5∼7년을 살면서 1회에 6천∼4만개의 알을 낳을 뿐 아니라 부화율도 높아 번식 속도가 매우 빠른 게 특징. 이런 놈이 과연 어디로 간 것일까?
학계의 관측도 분분했다. '생명을 노래하는 개구리'의 저자인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심재한 박사는 크게 두 가지로 원인을 나눴다. 하나는 4년 전 무차별 포획, 다른 하나는 그 자체의 생존력 상실. 뒷부분과 관련해 심 박사는 "황소개구리들이 한 울타리에서 생존 경쟁하느라 서로 잡아 먹거나 근친교배로 발생한 악성 유전자 때문에 죽어 없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북대 박희천 교수는 "서식처를 빼앗긴 너구리·수달·왜가리·청둥오리 등의 공격을 받아 알·올챙이가 많이 희생돼 숫자가 감소했을 것"이라고 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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