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겐자부로의 '쓴소리'

진리가 언제나 말해 주듯이 진실은 아름답고 거짓은 추하다. 설령 죄를 저지르거나 흉악한 허물이 있더라도 그것을 진실하게 드러내 놓고 잘못을 빌면 그 모습은 다시 아름다워지게 된다. 하지만 죄나 허물을 숨기고 거짓으로 미화하면 할수록 더욱 추하고 흉악해지며 해와 독을 쏟게 된다. 다윗의 진실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제물이 되어 하늘에 들려졌고, 아나니아의 거짓은 추한 모습으로 저주받아 땅으로 내려갔다고 성서는 말해 주고 있다.

▲일본은 새삼스럽게 죄와 허물을 숨기고 거짓으로 미화하면서 추하고 흉하게 해와 독을 뿜어대고 있다.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왜곡 역사교과서를 만들어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거쳐 공인된 건 지난 4월의 일이다. 이 교과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대로, 일본이 저지른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역사적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되레 미화하고 있다.

▲문제의 교과서는 한.일 합방은 일본을 지키기 위해 필요했다고 쓰고, 수정 과정에선 합병 뒤엔 철도.관개 등 개발이 이뤄졌다는 부분도 덧붙였다. '아시아.태평양 전쟁'은 당시 일본 지배자들이 아시아 여러 나라의 해방을 위한 목적으로 했다고 속이고, 이 명백한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대동아전쟁'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더구나 이 전쟁이 아시아 여러 나라가 독립되는 계기가 됐다고 결론짓고 있다. 기가 차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을 제외한 여러 나라에서 분노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듯이, 학생들이 이런 기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역사를 거꾸로 이해하게 될 것은 뻔하다. 이를 통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긍지를 가질지는 모르나, 그 긍지는 너무나 편협하고 폐쇄적이다. 국제화가 진행되고, 아시아 나라 사이에 다방면의 교류가 이뤄지고 상호이해와 평화가 지향되는 시점에서 자기 나라 중심의 고립을 자초하는 건 아닐까.

▲일본 자체에서도 비판 여론이 드세고 모든 공립학교들이 이 문제의 교과서 채택을 외면하는 가운데 도쿄 교육위원회가 처음으로 3개 장애아 특수학교에 채택을 강요하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분노하면서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는 소식은 신선하게 들린다. 국제감각과 반성 여론에 정면배치되며, '약한 상대를 점찍는 잔혹한 표적 공격'이라는 그의 비판은 백번 옳지 않은가. 일본은 그의 쓴소리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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