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나의 행복론

'왜 사는가?' 살아가면서 타인 혹은 스스로에게 많이 던지는 질문이다. 인간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지만 일단 한번의 소중한 삶을 부여받으며 자신의 의지대로 얼마든지 열심히 가꾸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도대체 왜 사는가? 무엇 때문에 사는가? 등의 궁극적인 질문을 받으면 명쾌하게 답을 가진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이런 질문에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과연 무엇이 우리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까?풍족하고 여유로운 생활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남보다 더 맛있고 진귀한 요리를 먹을 수 있다면, 비싸고 좋은 옷을 입을 수 있다면, 넓고 안락한 곳에서 살 수 있다면 물론 편안하고 즐거울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사회적으로도 자리를 잡은 주위의 40, 50대 선배들을 보면 신혼시절 단칸방에서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들을 더 많이 쌓았음을 발견한다. 또 세계에서 제일 빈국이라는 방글라데시 국민들이 OECD회원국인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행복지수가 몇 배나 높다는 사실은 부(富)가 행복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으나 충분조건은 아닌 듯 싶다.

그럼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고통은 삶의 본질이다"라고 했다. 옛말에 '산넘어 산,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맞는 듯하다. 그런 면에서 이 위대한 철학자는 삶의 즐거움이나 편안함에 연연하지 말고 되도록 많은 불행과 재앙을 피하는 일에 진력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고통이 우리 내면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이다. 탐욕이 재앙을 부르고 그 재앙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그렇다면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여유롭게 갖는다면 인생의 고통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에서 비롯된 삶의 태도도 분명히 변할 것이다.

입추가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도 제법 달라졌음을 느낀다. 무더위에 짓눌렸던 일상을 추스르고 성숙한 가을을 맞는 삶의 철학을 점검해 볼 때이다. 지금 나는 열심히 할 수 있는 나의 일이 있고, 고통을 나눌 수 있는 가족과 선배가 있고 한 잔의 소주가 있어 행복하다.

씨네스카이극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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