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3당 합당론 어디까지

요즘 일손을 놓고 있는 정치권에 때아니게 민주, 자민련, 민국당 등 여(與)3당의 합당론이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12일에 민주당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이 3당 합당론을 흘리더니 13일에는 이상수(李相洙)총무가 박 총장 발언을 한 걸음 더 발전시켜 "자민련 명예총재 JP는 합당의 총재를 맡되 그 이상(대선후보)은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도 "국민 동의를 얻어 합당이 가능하다"고 거들고 나섰다.

▲이에 대해 자민련측은 JP후보 보장을, 민국당은 "영남권 대선 후보론"을 합당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 한마디로 3여당의 합당론은 이미 깊숙하게 진전되고 있다고 봐야 옳을 것 같다. 여당의 수뇌부인 사무총장과 원내총무가 합당론을 본격적으로 들고 나온데다 동교동 실세인 한 최고위원이 거들었고 게다가 JP가 뉴욕발언으로 분위기를 북돋우고 있는 것이 여권(與圈)에 심상찮은 흐름이 있음을 짐작케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정가에 정계 개편의 소문이 부단히 유포된 후 여당의 수뇌부가 애드벌룬을 띄우면서 정계개편과 합당작업 등이 가시화 됐던 것. 그런만큼 지난 몇달동안 나돌던 정계개편 소문과 이번 수뇌부의 합당 애드벌룬(?)을 3당 합당의 전주곡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많다

▲우리로서는 이처럼 느닷없는 여권의 합당론에 착잡한 심경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얼마나 자신감이 떨어지길래 민주당만의 독자후보를 내세워 당선시킬 기력조차 없어 3당이 합당해서 후보를 내세우자고 하는 지…. 3당합당론의 근저에는 민주(호남), 자민련(충청), 민국(영남)의 지역정서를 바탕으로 야당후보를 공략하겠다는 소위 이회창 포위론이 깔려 있는것 같아 왠지 찜찜하다. 입만 열면 지역감정을 없애야 한다며 개혁을 부르짖던 터수이기에 더욱 착잡하다.

▲자민련은 또 어떤가. "지난 대선때는 우리가 양보했으니…"하며 JP를 밀고 있으니 대통령 자리가 무슨 인심 쓰는 잔칫집 떡인지… 답답하다. 정치의 기본은 선정(善政)을 해서 국민을 편안케하는데 있다. 때문에 여3당은 합당에 앞서 자기당이 국민들로부터 몇점을 받고 있는지부터 챙겨봐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50점짜리 학생 3명이 모여서 지혜를 짜낸다고 100점이 되지 않듯 3당이 각각 국민 여망을 받지 못한다면 아무리 합당을 한들 지지도가 높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합당이 정권 재창출의 원동력이 아니라 좋은 정치가 바로 권력을 다시 잡는 바탕임을 유념했으면 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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