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시회에 간 예수 영화관에 간 부처'

신윤복의 그림 '월하정인'에는 자아를 찾는 인간 본래의 종교적 심성이 담겨있다.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은 동양적으로 육화된 예수의 이미지를 통해 기독교의 참모습을 재고찰하고 있다.

장욱진의 그림과 최승호의 시에서는 눈사람을 통해 공(空)을 말하고,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의 정물화 속에서 세속적 쾌락의 무상함을 엿본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 대입돼 인간의 원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렘브란트 그림의 캄캄한 어둠속 한줄기 빛은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마음을 나타낸다. 고흐의 그림이나 바흐의 음악, '고래사냥' 같은 영화에서도 우리가 결국 만나는 것은 종교이다.

'문화는 종교의 형식이고, 종교는 문화의 내용이다'. 신성함의 베일을 쓰고 있는 종교는 종종 문화라는 프리즘을 통과해 이처럼 우리곁에 다가온다. 문화 덕분에 우리는 종교를 느끼며 보고 만지기도 하는 것이다.

부산 경성대 김승철 교수(신학과)가 쓴 '전시회에 간 예수, 영화관에 간 부처'(시공사)는 문화라는 친숙한 도구를 이용해 종교의 본질에 접근한 책이다. 그 접근방식에는 물론 종교 다원주의적 시선이 깔려있다. 풍부한 인문·예술자료를 토대로 한 다원주의 종교학자의 시각이 삶속에 녹아있는 열린 종교의 세계로 안내한다.전문성이나 폐쇄성으로 인해 일반인들이 다가서기 어려웠던 신학이나 종교학도 이처럼 우리 주변에 늘 함께하며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문화 신학자 김승철 교수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문화의 프리즘을 통과해 나타난 종교의 진면목이기도 하다.

저자 특유의 감성적이면서도 수줍은 듯한 문체와 인문학적 소양이 묻어나는 표현방법은 퓨전 인문학·퓨전 종교학의 진미를 더해준다. 또 화가들이 남긴 필생의 작품과 저명학자의 사진 등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108컷의 그림 자료가 텍스트 중심의 딱딱한 책읽기 부담을 한결 덜어준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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