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박물관, 주민들에게 문호개방

대학 박물관이 달라졌다. 대학 박물관은 이제 더이상 현학적인 취향의 소수 지식인들만이 출입하던 고답적인 공간이 아니다. 대학 박물관이 주민 다가서기에 나섰다. 문호를 활짝 열고 우리 문화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과 문화유산을 공유하고 있다.

대학 박물관은 이제 일반적인 역사와 문화자료의 공개 뿐만 아니라 특색있고 전문성있는 시민 문화강좌로 지역사회와의 깊은 연대 형성에 노력하고 있다. 대학 박물관에 가면 역사의 뒤안길까지 보인다. 문화강좌를 통해 지금껏 역사의 주변으로 밀려났던 중요한 사건과 위대한 인물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대학 박물관 강좌와 함께하면 역사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삶의 의미가 새로워진다.

지난해부터 시작해 모두 3기 25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경북대 박물관(관장 주보돈 )은 다음달 7일부터 12월 7일까지 매주 금요일(오후 6시30분~8시30분) '한국 회화사의 이해'란 주제의 제4기 문화강좌를 연다.

이번 강좌는 선사시대 암각화에서 고려 불화, 조선시대 풍속화 및 민화, 근대 동.서양화 등 우리나라 회화사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기획했다. 각 시대를 풍미했던 시대양식과 대표적인 화가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회화사를 중심으로 한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크게 넓힐 수 있는 기회.

분야별로 국내의 권위있는 교수와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며, 간송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호암미술관 등을 찾아보는 현장답사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수강료는 10만원이며, 이달말 까지 강좌 신청을 받는다. (053)950-6536. 인터넷 접수(gic.knu.ac.kr/v l/museums).

영남대 박물관(관장 이청규.문화인류학과)은 '다시 읽어보는 한국사-16강'을 준비했다. 울주 암각화의 비밀을 풀어나가면서 선사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숨은 역사찾기에 나선다.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난 발해와 가야의 역사를 재조명해 보고, 화랑세기를 통해 신라사람들의 생활상을 되짚어 본다. 망국의 군주였던 까닭에 역사의 제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던 고구려 광개토대왕.백제 무령왕.후백제 견훤왕을 통해 매서운 냉엄한 역사의 교훈을 얻는다.

변혁의 시대에 역사의 전면으로 나서야 했던 대원군과 명성황후를 정치적 위상과 갈등에 대해서도 교과서 외적으로 분석해 본다. 이번 학기가 제24기로 지역대학 중 최고의 연륜을 자랑하는 영남대 박물관 문화강좌는 지역사회 주민들이 우리 역사의 허와 실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임을 자신하고 있다.

다음달 6일부터 16주간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강좌의 수강신청은 개강 전날까지이며, 수강료는 14만4천원이다. (053)810-3627.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인터뷰=주보돈 경북대 박물관장

"대학 박물관의 문턱이 이제는 많이 낮아졌다고 봅니다. 누구나 쉽게 드나들며 우리 문화를 자주 접하고 지역의 문화유산을 사랑하는 마음도 담아갈 수 있습니다".

주보돈 경북대 박물관장(사학과)은 문화강좌를 열면서 지역민들의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그렇게 높을줄은 미처 몰랐다며, 이제는 대학 박물관만의 특색있는 문화강좌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올해부터는 초.중등 교사들의 정식 연수과정으로도 승인.운영하게 됐다는 주 관장은 강좌를 보다 전문화해 수준을 상당히 높인 점도 한 특징으로 꼽았다. 직장에 나가는 전문직 종사자들을 배려, 강좌를 야간에 개설한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

주 관장은 수강생들이 우리 문화와 역사에 꾸준한 관심을 가질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며 뜻있는 사람들끼리 '박물관회' 같은 모임이라도 만든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자체 답사에 대한 인적.물적지원, 문화관련 소식지 전달이나 간행물 소개, 박물관 홈페이지에 모임 코너 제공 등이 그 방안이다.

"시민과 수강생들의 의향을 충분히 반영하고 해당 분야의 최고 강사를 초빙, 대학 박물관 강좌가 최고의 시민 문화강좌로 뿌리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향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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