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통일장관 사퇴?' 청와대 고민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내에서도 임 장관에 대한 문책론이 확산되고 자민련마저 임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자 청와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오장섭 전 건설교통부장관의 경질로 임 장관에 대한 문책론이 희석되기를 바랐던 당초의 기대가 무너진 것은 물론 공동여당인 자민련이 이를 공식 제기하고 나섬으로써 사태가 임 장관의 사퇴 여부를 넘어 「햇볕정책」까지 기조가 흔들릴 우려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임 장관은 국민의 정부 대북정책의 골간인 햇볕정책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두 차례통일부장관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국정원장을 지내면서 남북관계 진전을 성사시켜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따라서 그의 사퇴는 햇볕정책에 대한 훼손으로 비칠 가능성마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 정부가 IMF체제 졸업과 함께 가장 큰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남북관계 진전도 실패한 실험으로 끝날 공산이 커진다. 또 임 장관의 퇴진은 김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때문에 청와대는 임 장관의 사퇴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파문의 책임은 정부와의 약속을 어기고 돌출행동을 한 일부 재야인사들에 있는 것이며 검찰이 이들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만큼 임 장관까지 책임을 질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은 『keep going(계속 간다)』이라며 임 장관이 사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광옥 비서실장도 『국익차원에서 신중히 대처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23일 『파문의 진상을 조사중이다. 정치적으로 책임질 사안인지는 판단해볼 문제』라던 박준영 대변인도 24일에는 『경질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만도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청와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통일부가 방북단의 방북 허용결정 과정에서 북한이 이적단체인 범민련의 팩스를 통해 보내온 서신내용을 방북허용 여부의 판단자료로 삼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와대와 통일부는 더욱 코너로 몰리고 있다.

현재 청와대는 임 장관의 거취는 이번 방북 파문으로 드러난 대북포용정책의 허점에 대한 비판여론의 수위와 남한내 이념갈등이 더 확산되느냐 아니면 진정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방북파문을 일부 재야인사의 실수로 치부할 만큼 사태는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김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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