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내달 3일부터 2박3일간 북한을 공식 방문함에 따라 지난 3월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남북관계에 활로가 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 당국자는 "장 주석의 평양 방문은 남북관계가 정체상태에 있는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 스스로 예정하고 있던 외교활동을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북측도 나름대로 변화된 입장을 나타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중국은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이후 그동안 일관되게 취해온 대한반도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장 주석의 방북기간 중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과 남북 당국간 대화재개를 강력히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스스로 한반도 문제에의 개입과정에서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이미 수차례 공언해온 터여서 이러한 관측은 힘을 얻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장 주석이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과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모종의 메시지를 받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이 북측에 걸고 있는 남측의 기대를 워낙 잘 알고있는 터여서 굳이 우리측이 장 주석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
중국의 건설적 역할에 대한 기대는 남한 및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언제까지나 미룰 수만은 없다는 북측의 현재 입장,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통해 동북아에서의 세력균형을 꾀하려는 중국의 의지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작년 5월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한달여 앞두고 중국을 비공식 방문해 장쩌민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듯 이번 장 주석의 방북을 통해 대남·대미 대화 재개에관한 입장을 표명할 수도 있다는 관측인 셈이다.
이와 함께 최근들어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점도 남북관계 소강국면을 돌파할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은 2008년 하계 올림픽 유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노력 등을 계기로 정찰기 충돌 사건으로 꼬였던 대미관계를 풀어나가고 있다.
결국 이러한 미·중 관계는 대미관계를 이유로 남북 당국간 회담마저 거부하고 있는 북한을 설득할 근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북한에게 미국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촉구할 것이고 북미대화의 재개는 남북관계 재개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장쩌민 주석의 방문이 김 위원장의 방러 직후 이뤄진다는 점에서 북-중-러로 이어지는 이른바 북방 3각공조를 공고히 해 미국을 정점으로 한국, 일본으로 이어지는 남방 3각 공조와의 대립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그러나 평화와 안정, 좀더 솔직히 표현해 현상유지를 바탕으로 하는 최근 동북아 정세를 감안하면 그같은 관측은 설득력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한편 장 주석의 북한 방문은 김 위원장의 방러 등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북한사회를 변화로 이끌어 장기적인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중국과의 정상회담 등 정상외교를 통해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다시 한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변화와 개방의 길을 걷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힌 당국자의 지적은 그같은 정부의 기대섞인 전망을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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