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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위에 그대로 그림 그린 파격적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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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가 끝났건만, 작가의 손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면? 작품이 다 팔려 그런 것도 아니고, 화랑 주인이 작품 반출을 막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작가가 화랑 벽에 그대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전시회가 끝나면 그림을 지우기 위해 벽에 페인트 칠을 해줘야 한다. 흔히 전시회라면 액자 그림을 나란히 걸어놓는 것으로 알지만, 작가 이명기(33)씨의 세번째 개인전은 파격적인 발상에서 출발했다. "예술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이란 사실을 새삼 알리고 싶었습니다".

전시장 배치도 간단하다. 왼쪽 벽에 140×35㎝ 크기 드로잉 한점, 정면에 400×280㎝의 드로잉 한점이 전부이고, 드로잉도 검은색 연필로 벽면을 빼곡히 칠해놓은 단순한 형태다. 오른쪽에는 3m 크기의 새로운 벽을 만들어 약간 기울어지게 세워놓았다.

당초 조각가에서 시작, 설치로 방향을 튼 그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자극을 주면서 미술의 의미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작품 내용이나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이런 것도 미술'이라는 현대미술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회다. 26일까지 갤러리 스페이스129(053-422-1293).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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