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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달과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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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로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여러 사람이 피를 말리는 작업을 통하여 만든 광고 캠페인이 광고주의 발밑에 무참히 짓밟히는 것이다. 이유? 광고주의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마음에 안 드는 이유? 그건 광고주 자신도 모른다.

광고란 소비자들이 듣고싶어 하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광고주가 듣고싶어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것과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는 좋은 광고전략이다. 후자도 좋은 전략일 수 있다. 광고주로부터 쫓겨나지 않고 그를 계속 잡아두는 좋은 전략이다. 그러나 결코 좋은 광고일 수는 없다.

직업상 여러 신문들을 비교적 정독하는 편인데 요즘은 신문만 들면 뒤숭숭하다. 온통 어수선함, 답답함으로 지면이 가득 차 있다.

정치면에는 '…게이트'하면서 눈감고 아웅식 아니면 '배째라'식 천박함으로 답답하다. 답답하다. 주가조작에 관한 기사를 보노라면 소위 개미들의 주름진 얼굴들이 눈에 선하다. 점당 백만원짜리 '져주기 골프'도 나오고, 구조적으로 무너진 기업도 중앙정치인이 살리겠다고 하면 살아날 수 있는 것처럼 떠든다. 그럼 진작 좀 살릴 것이지.

억지와 불합리가 우리 주위 곳곳에서 그 검은 혓바닥을 교활하게 날름거리는데 그저 우리 소시민은 망연히 몸을 움츠리는 것밖에는 할 게 없다.

중소기업이라는 것을 하는 사람들은 또 어떤가. 누구건 도와주려는 사람은 별로 안보이고 그저 잘못 보이면 다칠 것만 같은 '힘'들이 주위에 산재해 있다. '성의'를 강요하는 손들도 은근히 다가와 있다. 뭔가 합리적 온건함과는 거리가 먼 무슨 일이라도 불현듯 닥칠까봐 전전긍긍이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입안되는 정책이라는 것들은 소비자인 국민 혹은 시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 보다는 높으신 어르신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으로 만들어진 듯해 보인다. 좋은 정책이다. 좋은 전략이다.

달을 가리키면 가리키는 손가락이나 보면되지 멀리 있는 달은 뭐하러 보겠나.

(주)나래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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