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농산물시장의 공통-중국폭풍이 밀려온다

중국의 농업 현장은 취재 기자를 섬뜩하게 했다. 평원 한개가 갖춘 논 면적만도 한국 전체 크기와 맞먹었고 무슨 단지라며 만들었다 하면 거대한 한개의 평원같았다. 늘 우루과이 라운드 추위만 타던 대구.경북의 농업 담당 기자를 추위타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다음달 WTO가입은 과연 한국 농업을 어떻게 뒤흔들 것인가. 매일신문은 지난 5월부터 UR 10년을 되돌아보는 기획물을 16회에 걸쳐 연재한 데 이어우리 농업에 진정 큰 걱정거리로 대두한 중국 현지 취재 결과를 10여회에 걸쳐 보고할 예정이다.이번 취재에는 경북도청의 WTO정책기획팀이 동행했고, 시리즈에는 경북도청.농림부.농촌경제연구원.북방농업연구소 등이 그동안 현장 답사 등을 통해 연구해온 결과들도 반영될 것이다.

편집자

"중국 농업은 지금 거대한 구조조정의 물결 속에 있습니다. 또 그것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투자를 많이 해 국제 경쟁력도 매우 높아질 것입니다". 헤이룽쟝성(黑龍江省) 하얼빈시에서 만난 조선족 농업전문가 남병원(69)씨, 1994년 흑룡강성 농업청 부청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하얼빈시의 한국인 투자회사 농업분야 고문 및 국내 농업 연구기관의 해외연구원으로 활동 중인 그의 말은 위협적이었다.현장의 분위기들도 그랬다. 중국의 WTO 가입으로 우리 농업시장이 완전히 개방된다면, 2004년까지 겨우 유예 조치를 받아 둔 쌀 시장까지 앞으로 완전히열게 된다면, 과연 우리 농업이 버텨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다. 중국은 세계 농업시장에서의 거대한 공룡으로 일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현지에서 만났던 여러 전문가들의 증언들도 같았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방정책 채택 후 갖가지 시행착오에도 불구, 농업의 발전속도엔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했다. 14억 인구의 식량 부족 문제는 이미 극복했으며 이제 60억 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중에도 한국은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워 운송이 쉬운만큼 첫 공략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동북 3성의 쌀 전진기지, 한국을 마주보고 있는 산뚱성(山東省)의 축산 전진기지가 그런 상황을 실감케 했다.베이징(北京) 주재 한국대사관 홍성재 농무관은 "중국은 그동안 우리가 겪어 왔던 시행착오조차 줄이면서 고품질 위주의 농업 구조조정 속도를 최대로 높이고 있다"고 했다. 열세 작목 정리는 너무도 과감해서, 심지어 주룽지(朱鎔基)총리까지 나서서 최근 "가짜와 저질품의 생산과 유통을 뿌리 뽑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증언하듯 베이징과 칭따오(靑島)등 대도시 주변을 중심으로 시설채소 재배가 급증했다고 했다. 한 농가가 수십∼수백ha의 대규모 농사를 하고, 기계화는 물론 '농업의 공장화'까지 첨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러면서 각종 농산물 박람회를 열면서 '녹색식품'을 장려해 고품질 생산을 최고의 가치로 인식시키기에 여념이 없다는 것이었다.값이 그렇게도 쌌지만 중국은 국제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면서 농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온갖 정책도 동원하고 있었다. 적게는 수십가지에서 많게는200여 가지에 이르는 준조세 성격의 각종 부담을 없애라고 중앙정부는 열화같이 채근하고 있었다. 농촌 지방정부가 너무 많아 또 그 유지 경비가 농민들에게 부담된다며 향(鄕) 진(鎭) 촌(村) 정부마저 과감히 통폐합 중이었다.

대신 농업 관련 기관은 오히려 확대하면서 인력도 젊은 인재들로 전진 배치시키고 있다고 했다. 지린성 외사판공실 관계자는 "지난해 30% 정도성 정부 인력을 감축했지만 농업인력은 오히려 늘렸고 30, 40대 젊은 공무원들을 많이 배치했다"고 했다.농업부문에의 외자 유치에도 심혈을 기울여, 지난달 19일엔 중앙정부가 나서서 전세계 화상(華商) 5천명을 난징(南京)으로 초청해 '조국'에 대한 투자를호소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농기계, 농가공업 등에 대한 투자도 잇따르고 있었다. 대약진 운동, 문화 대혁명과는 또다른 전례없는 농업 구조조정의 바람이 대륙을 휘감고 있는 것이다.

우리 광역 지방자치 단체 중 가장 먼저 UR기획단을 만들었던 경북도청은 이번에도 지난 7월 전국 처음으로 WTO정책기획단을 발족시켜 이런 사태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관계관을 현지에 속속 파견하고 있기도 한 김치행 단장(농수산국장)은 "중국 농업의 파괴력이 전국 어느 지역보다 경북에크게 미칠 가능성이 있어 초긴장 상태에서 움직임을 면밀히 주목하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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