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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새로운 중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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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말을 듣는 이탈리아의 작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트 에코는 현대사회를 유럽의 중세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중세'라고 불렀는데, 그 비슷한 점 중의 하나로 중세 사람들이 성지(聖地)를 찾아 멀리 떠나는 장거리여행을 빈번하게 하였음에 비하여 가까운 마을 사이의 교류는 극히 드물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현대사회는 매스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하여 사람을 직접 대면할 필요성이 크게 감소하였고 따라서 지역공동체 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백악관에 오늘 누가 다녀갔는지는 쉽게 알 수 있지만 밤중에 들리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의 원인을 알지는 못한다. 해외여행을 수시로 하여야 하면서도 정작 이웃 동네에는 갈 일이 없다. 외국의 유수한 예술가의 공연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지역 예술인들의 공연을 찾아보는 것은 쉽지가 않은 것이다.

인터넷에서의 클릭 하나로 물건을 구입하고 세계의 문화를 접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대단히 편리한 것이겠지만 역시 인간은 현실의 시공간에서 남들과 살을 맞대고 어울림으로써만 존재할 수 있다.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그들의 기쁨과 고통을 이해하며 자신에게 부여된 책무를 질 수 있어야만 이 사회가 온전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교육은 살아가는 동네와 지역 사회에서 직접 체험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며, 문화도 우리 이웃들의 애환을 다룬 것이 공연되어야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라는 말이 있다. 우리 나라는 특히 중앙집중이 심하여서 지역의 특수한 색채를 가진 문화가 드문 데다가 정보화사회로 변천함으로 인하여 더욱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었다. 남의 고장이나 다른 나라의 관광지를 찾기에 앞서 지역의 명승지를 찾아보고 유명인의 공연도 좋지만 지역의 극단이나 악단의 공연도 자주 찾아보는 마음씀이 필요하고, 시민단체의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등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경북대 강사·가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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