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너지는 '코리안 드림'

6년전 산업기술연수생 자격으로 중국 길림성 장춘에서 온 조선족 김모(40)씨 부부. 둘다 교사 출신인 이들은 한국에서 일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1인당 200만원씩을 중국 현지 송출회사에 지불하고 대구의 한 염색공장에 취업했다. 그러나 그같은 '코리안 드림'이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30만~4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 하루 14시간씩 일했지만 회사가 97년 부도나는 바람에 막막해졌다. 송출회사는 중국으로 돌아오라고 요구했지만 김씨 부부는 그동안 번 돈 100여만원으로는 출국수속비 600만원을 감당할 수 없어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 4년째 숨어지내는 김씨는 "불법체류자가 되면서 중국에서 보증을 섰던 사람들에게 돈을 지불하느라 이젠 무일푼 신세"라며 "친척에게 맡긴 15살 아들에게 생활비도 제대로 못 보낸다"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이 목숨까지 걸고 한국으로 몰려들지만 이들에게 코리안 드림은 '신기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대구지역에 불법체류중인 조선족과 중국인들은 5천여명이며 대부분이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불안한 불법체류의 나날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 출신보다 다루기 까다롭다는 이유로 고용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경기마저 식어 제대로 일자리도 못 잡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족 박모(35)씨는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은 한국업체 업주들이 말을 잘 듣지않는다고 꺼려해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보다 산업기술연수생 자격을 얻기 힘들다"며 "할 수없이 많은 조선족과 중국인들이 목숨을 걸고 밀입국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불법체류신분을 악용한 일부 악덕 업주들에게 임금을 떼이거나 산재를 당하고도 보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고통을 당하기 일쑤다.

지난 96년 한국에 온 조선족 차모(31)씨와 99년 입국한 중국인 조모(23.여)씨와 유모(23)씨 등 3명은 경북 칠곡군의 한 섬유공장에서 일하다 지난 6월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각각 6개월치 임금 300만원을 못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6월에도 대구시 북구의 한 섬유공장에서 일하다 2개월치 임금을 떼였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 소장은 "한국에서 취업을 원하는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에게 합법적으로 수년동안 일을 할 수있는 취업비자를 발급해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조선족들의 목숨건 밀입국을 방지하고, 악덕업주들의 횡포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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