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되면서 인간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정보혁명이 일기 시작했다. 더욱이 컴퓨터가 생산하고 전달하는 정보는 현대사회의 핵심 요소가 되어, 21세기를 정보사회 또는 지식사회라 부르게 되었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컴퓨터와 통신장비가 가져온 사이버세계이다. 인터넷이 만드는 가상의 세계는 실로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새로운 세상이 되고 있다. 인터넷 속에서는 거리가 없다.
이런 변화는 과거 인류 역사상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이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는 과거 농경사회를 산업사회로 바꾸었던 산업혁명과도 견줄 수 있는 문명사적인 변혁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이런 인류사의 제5의 혁명기에 알맞은 사회규범이 필요하게 되었다. 특히 전혀 경험해 보지 않는 사이버세계 속의 '옳고 그름'과 질서의 확립이 절실하게 되었다.
중국 고대의 위대한 사상가인 공자는 인류사에서 보면 앞서 지적한 사상혁명기에 활동한 인물이다.
공자의 가르침은 자각에 기초하고 있다. 자각은 바로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서로 믿으며 살아가는 것이고 서로 돕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서로 상호성을 지닌다. 자신이 남을 사랑하거나 남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일 모두가 자신의 일이다. 즉 인간의 문제는 인간의 자각을 통해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사상의 핵심은 인간의 자각과 자율성에 대한 믿음, 즉 인간의 자주성에 대한 확신에 있다. 미지의 영혼에 관한 것이나 죽음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가, 어떻게 해야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올바르게 세워 가는가 하는 문제가 가르침의 중심을 차지하였다.
공자는 인간의 자율성을 강조했지만, 그러한 강조는 개인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개인의 각성과 실천의 자율성이 함께 나아가야 할 길을 구하는 것이라 할 때, 공자가 구하는 사람의 길(求道)이란 바로 어지러운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된다. 공자는 구도에 대한 정열과 구세에 대한 의지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현실적 삶의 과정 속에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자 모든 사람이 함께 나아가야 할 길이었다. 이것이 보편적인 인간의 완성을 목표로 하는 유학의 기본 가르침이다.
최근에 개척된 신대륙, 사이버스페이스는 현실세계의 발단 과정과 비교해보면 농경시대 이전의 유목사회와 비슷하고 사이버스페이스에는 질서가 없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서도 자취를 감춰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다시 말해서 인간 사이의 끈이 약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죄가 된다는 생각도 별로 안 한다. 오늘 우리가 공자를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2천500여년전 어지러운 시대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정립하여 살아가는 가르침을 주었던 그 것처럼, 새로이 열린 사이버세계에서도 이런 가르침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유학은 죽음 이후의 영혼을 말하는 것보다 현실세계에서의 실천적인 도덕과 윤리를 가르쳐 주었기 때문에 오늘 더욱 간절하게 필요한 것이다.
'인'과 '예'가 자리잡고 질서가 확립되면 혼동된 가치관이 바로 설 것이다. 이런 것들은 끊임없는 가르침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막 개척된 사이버스페이스에서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하면 윤리관이 확립될 것이다. 이런 가르침은 상과 벌이 병행되어야 효과적이다. 그래서 국가는 개인의 잘잘못을 가릴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고, 잘못된 것을 제재할 수 있는 수단도 가지고 있어야겠다. 그러면 공자가 꿈꾸던 도덕국가를 사이버세계에서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李光炯(KAIST 미래산업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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