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서원(陶山書院)은 만년에 서원창설운동에 몰두한 퇴계의 은거처이자 수도의 공간이다. 그의 개인적인 삶의 철학이 깃들여 있는 도산서원은 꽃 잎 하나, 기와 한 장에서 우주를 사유한 한 위대한 사상가의 삶과 사상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퇴계 탄신 500주년을 맞아 도산서원을 자세하게 소개한 책이 나왔다. 퇴계학연구원 이우성원장(성균관대 명예교수)이 편찬한 '도산서원'(한길사 펴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원이자 사림들의 정신적 메카로 자리매김된 도산서원의 의미를 짚어본 책이다.
도산서원은 퇴계 선생의 숭고한 역사적 위상과 함께 서원 자체의 건립 배경과 유서가 남다르다. 아름다운 환경, 건물 구조 및 배치가 완벽 자족하게 한 세계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오현(五賢)의 서원인 도동, 남계, 심곡, 옥산서원이 대개 사후에 추모를 위해 세운 것과 달리 도산서원은 퇴계가 직접 제자들을 모아 가르치던 곳으로 선생의 평일 강학의 체취와 정조가 그대로 스며 있는 곳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생전과 사후가 그대로 연결된 도산서원의 배경과 유서는 바로 우리나라 서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퇴계는 서원의 입지조건으로 선현의 연고지여야 한다는 인문조건과 산수가 뛰어난 곳이어야 한다는 지리조건을 내세웠다. 이 때문에 도산서당, 농운정사, 역락서재, 하고직사 등에는 설계도면과 건물 조성방법까지 손수 챙기며 세운 퇴계의 보다 개인적인 삶의 철학이 깃들여 있다. 건성건성 둘러보지 않고 꼼꼼이 들여다보면 공간으로 재현된 삶의 철학이나 건축에 반영된 조영사상을 읽어낼 수 있다.
이 책에는 퇴계 만년 삶의 숨결이 깃들인 도산서당, 제자들이 그의 사후 창설한 도산서원, 퇴계의 유묵과 유물, 조선후기 여러 화가들이 남긴 도산서원도 등 풍부한 도판이 실려 있다. 또 윤사순, 두웨이밍, 도모에다 류타로, 장리원, 금장태, 정순우, 이동환, 이상해씨 등 국내외에서 연구된 퇴계의 삶과 사상, 문학, 예술관 등을 조명한 논문 11편이 수록돼 있다.
무엇보다 도산서원 구석구석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지난 10여년간 전국의 서원과 사찰 등 우리 역사유적을 테마로 작업해온 사진작가 황헌만씨가 3년동안 집중적으로 도산서원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았다. 특히 일반에 쉽게 공개되지 않는 도산서원의 장서각과 동광명실, 서광명실, 외부인과 여성의 참여가 배제되는 향례의 전 과정을 소개해 책을 대하는 느낌이 남다르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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